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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블리’ 염승환 이사 “올, 내년은 미국보다 한국주식이 더 유리”

입력 | 2022-02-19 13:56:00

“리오프닝株 매수 타이밍… 코로나 진단키트株 정리하라”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디지털 사업부 이사. [조영철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고조되던 긴장이 일부 누그러지는 조짐을 보이면서 증시가 반등 신호를 보내고 있다. 2월 16일 코스피는 종가 기준 최저점을 기록한 1월 28일 2614.49 대비 4.4% 오른 2729.68로 마감했다(그래프1 참조). 나스닥 지수는 최저점을 기록한 1월 27일 종가 13,353 이후 소폭의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불안 심리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3월로 예정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전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언제쯤 안심하고 주식투자를 할 수 있을까. 2월 16일 ‘주간동아’는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투자 멘토이자 애칭 ‘염블리’로 유명한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를 만나 상반기 증시 전망과 안전한 투자전략을 물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약세장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코스피가 지난해 12월 딱 한 달 오르고 반년 넘게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을 시작으로 최근 계양전기 횡령까지 개별 기업의 안 좋은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그동안 잘 버티던 미국 증시마저 금리인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긴장 리스크 등으로 무너져 투자자들이 위축된 모습이다. 하지만 주식은 악재가 한 번 반영되고 나면 그 후부터 더는 악재가 아니다. 이미 증시에 다 반영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후 금리인상이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현실화돼도 선반영돼 있는 만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만약 악재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주가는 급등할 것이다.”

양적긴축이 최대 변수
악재 이슈가 소멸돼가는 단계라고 보는 건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얘기까지 나온 마당에 추가적인 악재가 있을까. 악재는 이제 대부분 소멸돼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최악의 구간은 조금씩 지나고 있다. 다만 위축된 투자자 심리를 바꿔줄 수 있는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아 답답한 증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하면 증시가 출렁이지 않을까.

“미국이 갑자기 금리인상 시기를 3월로 앞당기고 올해 최대 일곱 번까지 인상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나스닥 지수가 급락했다. 여기에 물가가 너무 높으니 금리를 50bp(1bp=0.01%p) 빅스텝으로 올린다고 한다. 이런 이슈도 이미 증시에 반영돼 있다. 3월 FOMC에서 빅스텝 금리인상이 시작된다면 불확실성이 해소돼 지수가 오히려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단, 아직 증시에 반영되지 않은 것은 양적긴축이다.”

양적긴축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양적긴축은 연준이 채권을 매각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나 연말에 양적긴축을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정확한 가이드라인은 3월 FOMC에서 나올 것 같다.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증시가 출렁일 수 있다. 양적긴축을 상반기 내로 빨리 하면 반등은 늦어질 것이다. 반면 양적긴축을 천천히 시작하면 시장은 환호할 수 있다.”

코스피 2870까지 반등할 듯
코스피 바닥은 지났다고 보는 건가.

“물론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코스피 2800이 깨진 것도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후 예상보다 수급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만약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발발한다면 코스피 250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런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바닥은 2700선이라고 본다. 코스피 2600~2700은 PBR(Price Book Value Ratio·주가순자산비율: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지표) 1배 정도다. 역사적으로 굉장히 저평가된 구간이다. 올해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보다 이익이 더 날 것으로 예상돼 2700선에서 추가 급락은 좀 제한적이다. 코스피는 2700선에서 바닥을 다지면서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등 시 어느 선까지 상승할까.

“기술적 분석으로는 2800 중반까지 본다. 기술적 반등 목표치는 하락 폭의 61.8% 상승이다. 최근 3050에서 2600까지 빠졌으므로 계산해보면 기술적 반등선은 2870이다. 2870까지는 엄청난 호재가 없더라도 기술적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이상 상승하려면 새로운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 예상보다 빨리 물가가 안정화되거나 전쟁 리스크가 해소돼 미국의 긴축 속도가 완만해지면 3000도 갈 수 있다.”

코스피 3000 돌파 시기는?

“5월이나 6월일 수도, 하반기가 될 수도 있다. 일단 2800선에 안착하고 악재를 계속 해소하면서 호재를 기다려야 되지 않나 싶다.”

연초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를 누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시가총액은 100조 원가량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2000조 원에 100조 원이 갑자기 들어오니 난리가 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 앞서 LG화학을 얘기해보면 배터리 소재와 화학 사업을 합칠 경우 매출이 20조 원 정도 된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주회사로 LG에너지솔루션 시가총액의 50%가량을 받는다. 50조 원이다. 두 개를 합치면 LG화학 시가총액이 70조 원 정도는 돼야 하지만 50조 원도 안 된다. 충분히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가치보다 수급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상장 후 연기금 수급과 MSCI선진지수 편입에 의한 외국인 수급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3월 10일 종가로 편입되는 코스피200 수급이 남았다. 이날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들은 LG에너지솔루션을 매수한다.”

코스피200 수급에 따른 LG에너지솔루션 주가 변동은?

“LG에너지솔루션 이벤트가 8부 능선은 넘었다고 본다. 코스피200 추종 펀드는 유동비율로 편입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유동비율로 편입되면 시가총액 100조 원 가운데 현재 유통 물량만 반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현 유동비율은 10% 정도(10조 원)다. 코스피 시가총액 2000조 원의 0.5%만 편입하면 돼 큰 영향력은 없을 것으로 본다. 단, 2월 28일 기관투자자의 1개월 보호예수가 풀리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어 당분간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편이 유리하다.”

대세는 리오프닝 관련주

올해 들어 폭락한 게임주 전망은?

“지난해 한국뿐 아니라 미국까지 전 세계가 메타버스나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에 열광해 게임주가 급상승했다. 오버슈팅의 끝은 항상 안 좋다. 금리인상으로 고성장 기업의 주가가 조정받고 있는데, 여기에 실적까지 안 좋아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한국 게임주 대장주인 크래프톤도 어닝쇼크로 최근 한 달간 주가가 40% 이상 하락했다(그래프2 참조). 엔씨소프트도 비용 부담으로 안 좋은 상황이다. 게임주는 당분간 오르기 굉장히 힘들어 보인다.”

메타버스주도 당분간 상승 여력이 없다고 보나.

“금리인상으로 가치주 시대가 시작됐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메타버스나 NFT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 생태계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82조 원 넘게 주고 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더 재미있는 건 가치투자의 대명사인 워런 버핏이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식을 지난가을 대량 매수했다는 사실이다. 게임이나 메타버스 성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주가는 처음에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올라갔다 버블이 터지기 마련이다. 버블 후 진짜 옥석이 가려질 것이다.”

옥석을 가려 투자할 시기라는 말인데.

“맞다. 하반기에는 또 하나의 스타가 탄생할 수 있다. 단, 그 스타가 어느 기업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근 리오프닝 관련주가 많이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리오프닝주는 상승했다 폭락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리오프닝주는 지난해에도 몇 번 상승했다 반토막이 났다. 지금도 주가가 다시 하락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투자자가 많다. 이제는 리오프닝 관련주가 폭락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오미크론 관련 데이터를 보면 치명율도 낮다고 한다. 국내도 매일 5만 명 이상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결국 위드 코로나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리오프닝이 대세가 될 것이라 관련주에 투자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리오포닝 관련주가 다양해 고르기가 힘들다.

“선택하기 어렵다면 EFT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에는 미래에셋이 만든 타이거여행레저ETF가 있다. 개별 종목에 베팅하고 싶다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보다 저비용항공사를 추천한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리오프닝이 되면 항공 화물 수요가 줄 수 있다. 하늘 길이 열리면 사람들은 동남아나 일본, 사이판 등 가까운 곳으로 먼저 가려고 할 것이다. 저비용항공사 매출이 대형항공사보다 더 증가할 수 있다. 단, 저비용항공사는 항상 유상증자 리스크가 있다.”

면세점, 백화점, 주류, 화장품 관련주는 어떤가.

“백화점주가 제일 나은 것 같다. 백화점 기업의 매출이 굉장히 늘었지만 PER(Price Earning Ratio·주가수익비율: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지표) 6배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 화장품 관련주는 색조화장품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 마스크를 벗고 여성들이 다시 색조화장을 시작하면 매출이 증가할 것이다.”

리오프닝 관련주 이외에 약세장이 끝나면 급등할 섹터는?

“결국 금리는 올라가고 고물가는 유지된다. 이런 환경에서 수혜를 받는 대표주가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주다. 최근 금융주가 상승해 투자하기 부담된다면 증권주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증권주는 현재 급락한 상태지만, 시장이 더 안 나빠진다면 역발상으로 좋아질 수도 있다. 증권주도 금리가 올라가면 신용금리가 같이 상승해 꽤 많은 수익을 낸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주는 꼭 하나 보유해야 한다.”

또 다른 급등 섹터는?

“사실 증시가 이렇게 하락한 것은 물가상승 때문이다. 미국이 현금을 많이 뿌려 지갑은 두둑한데 살 물건이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공급 부족 분야가 반도체와 건설, 조선이다. 거의 모든 제품에 반도체가 들어가는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앞으로 몇 년간 수혜를 누릴 수밖에 없다.”


금리상승 시기에는 한국주식이 유리
건설과 조선 관련주도 상승 여력이 있다는 건가.

“올해 초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 사고로 건설주가 급락했지만, 아파트 부족 현상은 여전하다. 최소 2~3년간 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것이다. 조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HMM이 7조 원을 벌었다. 해운사들이 떼돈을 버는 이유 중 하나가 물동량은 늘어나는데 배가 부족해 운임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월까지 LNG(액화천연가스)선, 컨테이너선 수주가 엄청 증가하고 있다. 또 유럽은 천연가스 사용량의 85%를 러시아에서 받는데, 최근 러시아가 가스파이프라인을 차단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이나 카타르에서 천연가스를 실어 오려고 한다. 이런 이유로 LNG선 발주가 늘었다. LNG선을 만들 수 있는 곳은 한국 조선업체들밖에 없다.”

지금 정리해야 할 섹터는?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자가진단 키트 같은 코로나 수혜주다. 최근 급등한 자가진단 키트주는 단기적으로 생각하면 매수하는 게 맞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오미크론이 완화되고 독감처럼 가게 된다면 진단 키트 수요가 언젠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4차 백신도 강제 접종보다 개인이 선택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백신 수요도 줄 것이다. 단, 백신 관련주는 또 다른 감염병이 나올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유망한데, 올해는 모멘텀이 꺾인다는 얘기다. 반면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는 오히려 좋을 수 있다. 리오프닝하면 임상시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정리 섹터가 있나.

“가격 전가를 못 하는 기업이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제품뿐 아니라 원자재까지 가격이 올라가기 마련인데, 가격 상승으로 판매가 줄어든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애플 아이폰은 가격이 올라도 구입하겠지만 그저 그런 브랜드는 선택받지 못할 것이다. 독보적인 기업 외에는 뒤처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비용이 올라가는데 제품 가격을 못 올린다면 그 회사는 실적 쇼크가 날 수밖에 없다.”

‘양치기 소년’ 한국주식은 진짜 반등할까.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주식 투자자들이 얼마나 힘들었나. 미·중 무역 분쟁에 새우등 터진 것이 한국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좋은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는 수익을 봤다. 한국 증시가 실적을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지만, 영원히 그렇진 않을 것이다. 언젠가 한순간에 반영한다. 엉뚱한 기업에만 투자하지 않으면 된다. 향후 주도 종목을 매수해 기다린다면 언젠가는 보상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정치권에서도 주주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이제 못 하게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분명히 바뀔 것이다.”

올해는 한국주식 수익률이 더 나을 것이라는 뜻인가.

“그렇다. 인플레이션 시기에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에 투자하기 시작한다. 한국은 제조업 최강국이다. 금리가 오르는 구간에서 한국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금리가 5%를 넘었던 2005~2007년 코스피가 2배 상승했다. 다시 그런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미국주식보다 한국주식에 투자하는 편이 더 유리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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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327호에 실렸습니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