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운영하는 서점에서 9세 아동이 펜을 훔친 것으로 오인해 주머니에 손을 넣어 수색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될까. 법원은 신체수색에 대한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고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서점을 운영하는 A(37)씨는 2020년 12월 외부에서 폐쇄회로(CC)TV를 보던 중 피해 아동 B(9)양이 문구류인 펜이 진열된 벽면 쪽에 팔을 내밀면서 여러 가지 펜을 살펴보다가 길쭉한 물체를 패딩 주머니에 넣는 장면을 확인했다.
이에 A씨는 서점에 진열된 펜을 훔친 것으로 생각해 서점 안으로 들어와 B양을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데려갔다. 이 자리에서 A씨는 B양에게 “펜 훔치는 거 봤다”며 패딩 점퍼와 조끼 주머니에 손을 넣어 펜이 있는지 확인했다.
이후 A씨는 이 사건 서점의 펜 재고를 확인해본 뒤에야 비로소 B양이 펜을 훔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CCTV 영상을 보고 펜을 가져간 줄로 오해했다”며 사과한 후 B양의 어머니에게 전화해 앞선 상황을 설명하며 사과했다.
검찰은 A씨가 불법으로 몸을 수색했다고 보고 신체수색 혐의로 기소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A씨 측은 “피해자의 승낙 또는 정당행위로 인해 위법성이 없고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 사실에 관한 착오로 인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했다. 아울러 대구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상오)는 신체수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패딩 안쪽에 입고 있던 조끼의 양쪽 주머니를 뒤집어 피고인에게 보여주며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며 “전체적으로 내용물을 살펴봐도 좋다는 의사 표현한 것으로 보기 충분하고 적어도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수색행위는 이 사건 서점에 진열된 펜이 도난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서, 피고인의 재산을 지키고 향후 도난 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수색행위 목적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는 피고인의 수색행위로 인해 별다른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던 점 등까지 고려해 보면, 피고인의 수색행위와 관련 피고인이 지키려 한 법익과 수색행위로 제한받은 피해자의 법익은 균형이 이뤄지고 있음이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발생 전 어린 학생들로 인한 도난 사고가 빈발했다”면서 “CCTV에 찍힌 멘토스를 주머니에 넣는 모습은 흡사 서점에 진열된 물건을 들어 주머니에 넣은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 승낙에 따른 것이거나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없다”며 “피고인 행위는 착오 결과 이뤄진 것으로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