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약물을 복용해 논란에 휩싸인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참가해 라벨의 ‘볼레로’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2.2.17/뉴스1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최대 이슈는 새로운 피겨 여왕 등극을 꿈꿨던 카밀라 발리예바(ROC·16)의 도핑 논란이었다.
단체전을 치르고 여자 싱글 경기를 앞둔 시점, 발리예바가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열린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때 실시한 도핑 검사에서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에 대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고심 끝에 CAS는 발리예바가 만 16세 이하의 보호선수이며, 도핑 양성 반응 통보가 늦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CAS의 결정에 러시아는 오히려 당당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최고의 뉴스”라며 발리예바의 출전을 반겼다. 러시아의 한 국회의원은 내친김에 발리예바가 폐회식 기수로 나서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질타와 분노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러시아는 개의치 않았다.
금지 약물을 복용해 논란에 휩싸인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참가해 라벨의 ‘볼레로’ 음악에 맞춰 연기를 마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2.17/뉴스1
러시아의 도핑 문제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러시아는 2010년대 중반 국가 주도 하에 도핑 샘플을 조작한 혐의로 최근 올림픽에서 국가명을 쓰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추락은 발리예바에 국한 된 것도 아니었다. 피겨 여자 싱글 경기가 끝난 후에도 러시아의 품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찌됐던 힘겨운 올림픽 무대를 마친 발리예바를 기다린 것은 따뜻한 위로가 아니었다.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는 싸늘한 시선으로 “왜 더 싸우지 않았느냐”며 어린 제자를 강하게 질책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성적만 중요시하는 그들의 마인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장면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당시 장면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은메달을 목에 건 ROC의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도 시상식에서 추태를 보였다. 은메달에 그친 자신의 순위를 확인한 뒤 악을 쓰며 오열했고, 시상대에서 ‘손가락 욕설’ 논란까지 일으켰다. 올림픽 정신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러시아는 하계와 동계 올림픽을 합쳐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메달을 따낸 국가다. 러시아 선수들은 수많은 종목에서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뽐내며 환하게 빛났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