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서방 제재 경고에도 푸틴 핵훈련 참관…긴장 최고조에 대피행렬

입력 | 2022-02-20 11:31:00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반군간 교전이 계속 발생하면서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뮌헨 안보회의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러시아를 향해 침공시 강력한 제재를 암시하며 경고했다.

그럼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내에서 진행중인 전략핵무기 훈련을 상황실에서 지켜보며 무력을 과시했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와 반군간 휴전을 감시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19일(현지시간) 이 지역에서 양측간 포격 등 휴저협정(민스크협정) 위반 사례가 2000여건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에도 양측간 교전이 1500여건 이상 발생한데 이어 이틀간 협정 위반 사례가 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합동군사령부는 “포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병사 1명이 치명적인 파편상을 입어 사망했다”고 정부에 보고하기도 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도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군이 쏜 포탄이 자국 영토인 로스토프에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즉각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돈바스 지역에서 교전이 계속 발생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은 선제공격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대응 사격을 부인하던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분리주의자들이 민스크 협정에 의해 금지돼온 중포를 이용해 20개 이상의 정착지에 포격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서방국가들, 뮌헨 안보회의서 러시아에 제재 경고 압박돈바스 지역에서 계속된 교전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독일 뮌헨에서 안보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자리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러시아를 향해 침공시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시)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에 전례 없는 경제적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부과할 경제 제재가 부과되면 앞서 언급한대로 러시아 금융 기관과 핵심 산업들이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이 안 좋을수록 서방국가들의 단합이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러시아가 침공을 강행한다면 나토 군대들은 동유럽 지역에서 더 강한 대비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도 “우리는 러시아에 전략적인 중요성을 지닌 개인과 회사에 제재할 것”이라면서 “이는 그들이 런던 자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병력 철수 신호는 아직도 없다”며 러시아에 전쟁 준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서방 지도자들은 러시아에 강력한 경고를 하는 동시에 위기 해소를 위한 외교적 대화를 나서라고도 촉구했다.

특히 최근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나눈 숄츠 총리는 “러시아는 앞서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우리도 러시아의 안보 요구에 대해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경우 나토·러시아위원회를 통해 대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러시아 측에 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도 이날 뮌헨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논의한 뒤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에 외교적 해법에 동참하라며 그 첫 단계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속한 병력감축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지금까지는 병력 감축과 관련한 증거를 볼 수 없었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앞으로 보이는 행동에 따라 그들을 평가하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는 국제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국경에 배치된 병력을 철수하는 동시에 군사적 활동의 투명성을 포함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은 “러시아도 외교적 협상을 원한다고 밝힌 만큼 유럽의 안전과 위험감축, 투명성, 신뢰의 회복과 군비통제 등에 대한 대화를 제안한다”며 “우리는 여전히 평화롭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전략핵무기 훈련 참관…긴장 고조되자 돈바스 지역 분쟁서방국가들의 제재 경고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앞서 예고한대로 전략 핵무기 훈련을 참관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함께 전략 핵무기 실험의 일환인 극초음속 및 순항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켜봤다.

크렘린궁은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전날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을 금지하라는 요구에 동의하지 않으면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며 이번 훈련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서방의 압박에도 러시아가 자신들의 무력을 과시하면서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을 중심으로 긴장이 고조되자 대피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친러시아 반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린 지 하루 만에 6600명 이상 로스토프 지역으로 대피했다고 밝혔따.

또한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정부도 자국민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을 촉구했다.

나토도 우크라이나 주재 직원들을 서부 리비프와 브뤼셀로 철수시켰다. 다만 나토는 현지 사무소의 업무는 계속 정상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