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가 1739원, 경유가 1569원에 판매되고 있다. 뉴스1
국내 휘발유 가격이 3개월 만에 L당 1700원을 넘어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며 국내 유가는 5주 연속 상승 중이다. 서울 지역은 1800원 돌파를 앞두고 있는 등 기름값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L당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26.6원 오른 1718.4원이었다.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29.0원 상승한 1520.2원이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둘째 주 L당 1807.0원으로 7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같은 달 12일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한 뒤인 11월 셋째 주(L당 1716.6원)부터 지난달 둘째 주까지 9주 연속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제주 지역이 L당 1788.0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69.6원 높았다. 가장 싼 지역은 부산으로 전국보다 30.9원 낮은 1687.5원이었다. 서울은 주간 기준으로는 L당 1786원을 나타냈다. 19일(일간 기준)에는 1796.01원까지 오르며 1800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어 국내 기름값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 통상 국제 유가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18일 영국 런던ICE 선물시장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93.54달러로 100달러에 근접해 있다. 석유공사는 “국제유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긴장이 커지고 미국의 석유 수요가 늘어나며 상승했다”라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가 전쟁 가능성에 따라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5일 국책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정세에 따른 에너지 수급전망’ 자료를 내고 시나리오에 따라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70~125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러시아산 석유·가스 공급이 대규모로 중단되면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국내 유가가 급등해도 정부로서는 당장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4월 말 종료될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18일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물가차관회의에서 “국제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석유류는 적용 중인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