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를 제안한 지 일주일 만에 제안을 공식 철회한 것은 야권 단일화에 대한 진정성에도 국민의힘이 모욕적 행동으로 ‘백기투항’을 압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무반응과 이준석 당대표의 도발, 단일화 없는 자강론, 모욕적인 단일화 방안 흘리기 등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안 후보는 20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여러분 비록 험하고 어렵더라도 저는 제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선언했다. 대선 완주를 의지를 다진 것이다. 안 후보가 당초 단일화 승부수를 던졌던 배경에는 단일화라는 프레임을 깨지 않고서는 완주가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단일화를 하거나 단일화가 결렬되면 완주를 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던 셈이다.
안 후보는 단일화 철회를 한 가장 큰 이유로 윤 후보와 국민의힘의 도를 넘은 행태를 꼽았다.
그러면서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책임은 제1야당과 윤석열 후보에게 있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앞서 안 후보는 지난 13일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을 통한 야권후보 단일화를 윤석열 후보에게 제안했다.
윤 후보는 같은 날 제안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윤 후보는 다음날부터 안 후보의 단일화 협상 촉구에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며 이 문제에 대해 일주일간 침묵했다.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당내 일각에선 ‘안철수가 없어도 이긴다’는 ‘자강론’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당 내에선 안 후보의 사퇴를 종용하며 백기투항을 강요하는 발언이 계속 나왔다.
안 후보와 구원이 있는 이준석 당대표도 안 후보에 대한 모욕적인 비판을 연일 쏟아내며 도발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안 후보의 야권단일화 제안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처님 손 바닥위 손오공 그림을 올리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는 게 아니라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 한다”며 비꼬았다. 이 대표는 그간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반대해왔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단일화와 관련해 당내 일체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잠시 만나거나 통화를 하기도 해 단일화 문제가 급물살을 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정치권에서 나왔다.
윤석열 후보와 안 후보는 국민의당 선거유세 중 버스에서 숨진 당원빈소에서 16일 단둘이 만나 대화를 나눴다.
또 두 사람은 20일 오전에도 1~2분간이 짧은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남과 통화에서 단일화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 입장에선 공식적으로 단일화를 제시하며 승부수를 던졌는데, 상대방인 윤 후보가 일주일간 공개적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단일화 철회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입장에선 윤 후보가 앞에서는 자신과 접촉을 하는 것처럼 언론에 보이며 단일화를 계기로 지지층과 중도층을 결집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만 몰두했다. 단일화가 정권교체론과 시너지효과를 내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윤 후보가 실제 단일화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자 안 후보는 자신을 이용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단일화 문제로 시간을 끌수록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만 조성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한편 국민의당 내부 문제도 지적된다. 안 후보의 뜻과 상관없는 단일화 조건이 당 내부에서 국민의힘 쪽에 전달되는 등 엇박자를 냈다는 후문이다.
얼마 전 안 후보 측 한 인사가 안 후보의 동의 없이 국민의힘 관계자와 만나 ‘안철수 책임총리제’이야기를 했지만, 나중에 안 후보가 그 사실을 알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단일화 문제와 관련해 안 후보의 생각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안 후보 본인 뿐인데 측근들이 여러 이유로 국민의힘에 단일화 문제를 두고 접촉하고 언론에 흘러나오면서 안 후보가 단일화를 철회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