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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 추경 단독 처리한 與, 3.5조 늘려 본회의 처리 계획

입력 | 2022-02-20 19:40:00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야당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당은 맹성규 간사만 참석해 위원석(사진 왼쪽)이 비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부가 편성한 14조 원 규모의 새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단독 의결하면서 추경이 대선 국면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대선 후보가 연일 “신속한 추경”을 강조하면서 민주당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날치기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단독 처리를 감행한 것.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폭거”라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개의치 않고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안보다 3조 5000억 원 가량 늘어난 17조 5000억 원 규모의 추경 수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 날치기 논란에도 ‘추경 승부수’ 택한 與
추경의 빠른 처리를 촉구하며 17일 초유의 여당 의원들의 국회 농성을 시작한 민주당은 19일 오전 2시 8분 경 단독으로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 추경안을 4분 만에 처리했다. 이종배 예결위원장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 예결위 간사 맹성규 의원이 위원장 자격으로 정부 추경안을 처리하는 의사봉을 두드렸다. 민주당은 “국회법상 위원장이 의사진행을 기피하면 위원장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 소속 간사가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정부안 14조 원에 3조5000억 원을 증액한 17조5000억 원의 수정안을 21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320만 명의 소상공인에게 300만 원씩 지급한다는 기존 정부안에 더해 택시업계 종사자, 특별고용노동자 등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것.

민주당이 7개월여 만의 상임위 단독 처리에 나선 건 대선 선거 상황과도 연관이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선두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추경 카드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필요가 있다”며 “여당 내에서도 14조 원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아예 방역지원금을 안주는 것보다 일단 적은 액수라도 지급하는게 낫다’는 목소리가 더 컸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21일 본회의를 서두르는 것도 3월 9일 대선 투표일 전 방역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의 추경 단독 처리에 대해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늦어서 죄송하다. 곧 추가로 더 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35조 원 규모의 추경을 주장했던 이 후보 측은 집권하면 곧바로 2차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계획이다.


● 국민의힘 “민주당의 폭거, 정식회의 아냐”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폭거”라며 19일 회의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20일 오후 2시 예결위 전체회의를 소집하면서 회의를 ‘4차 예결위 전체회의’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이 14조 원대 추경안을 단독 처리한 4차 전체회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예결특위 간사인 류성걸 의원도 “19일 어떤 모임에서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은 여러분들이 잘 아실 것”이라며 “민주당의 폭거는 정식 회의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 “법률적으로 말씀드리면 회의의 부존재다. 회의가 성립되지 않았고 회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도 19일 경남 거제 유세에서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이라는 것을 빌미로 새벽에 14조 원짜리 예산을 전격 통과시켰다”며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 보상이 아니고 선거를 앞둔 선심성 예산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앞선 민주당의 부동산 3법 단독 처리 등과 연관지어 “문재인 정부 내내 폭주를 거듭하고 있는 여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대선을 앞둔 정권심판론에 더 불을 붙인다는 계획이다. 또 국민의힘은 21일 예정된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 간 회동에서도 강하게 항의한 뒤 이어지는 본회의를 보이콧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