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에 공언했던 3조6000억원… 고속철 건설 등 간접비 15조 빠져 WSJ “예상보다 최소 5배 더 써”… 中 “각국의 주권-영토 존중받아야” 러의 우크라 침공에 반대 뜻 밝혀… 올림픽前 ‘러 전폭 지지’와 달라져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20일 중국 베이징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중국은 폐회식에서 ‘하나의 세계(ONE WORLD)‘란 불꽃을 띄웠지만 이번 대회는 미국 등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갈등 속에서 열렸다. 한국은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해 종합 14위로 대회를 마쳤다. 다음 대회는 2026년 이탈리아 밀라노,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열린다. 베이징=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 “(중국) 정부 조달 공고와 건축 기록, 관련 부처 및 지방정부 공개 문건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중국은 올림픽에 최소 160억 달러(약 19조1000억 원)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다른 올림픽보다 훨씬 적은 30억 달러(약 3조6000억 원)를 쓰겠다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공언한 바 있다.
WSJ는 올림픽 비용이 예상보다 커진 것은 통상 올림픽 개최 신청국이 예산 전망치에 포함하는 간접비를 중국이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베이징과 허베이성 장자커우 사이 고속철도 건설에 120억 달러(약 14조3000억 원)를 지출하는 등 간접비로만 130억 달러(약 15조5000억 원) 이상을 썼다. 반면 ‘제로(0) 코로나’ 정책 때문에 일반인에게 티켓을 팔지 못해 1억 달러(약 1200억 원) 이상인 관람객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
1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주요 7개국(G7) 외교수장이 참여한 독일 뮌헨안보회의 화상회의에서 “각국의 주권 독립 영토 완전성은 존중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이는 유엔헌장 취지를 실현하는 일이며,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국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4일 올림픽 개회식에 맞춰 푸틴 대통령을 초청해 가진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자 중국이 무게중심을 우크라이나 쪽으로 다소 옮긴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대부분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상황을 고려하면서 자국 경제와 안보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