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성규 여당 간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국회 예결위원들이 18일 오후 예결위 회의가 정회된 뒤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 남아 회의 속개 촉구 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토요일 오전 2시경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기습 처리했다. 국민의힘 소속 예결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한 사이 민주당 간사가 직무대행 자격으로 국민의힘 의원들 없이 회의를 열어 4분 만에 14조 원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여당은 “야당 위원장이 책무를 기피해 국회법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고 했지만 야당은 “날치기, 불법 처리로 무효”라고 반발했다. 단독 처리에 이어 민주당은 규모를 3조5000억 원 정도 늘린 수정안을 오늘 본회의에 내놓기로 했다.
여당은 당초 추경안을 35조 원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물가와 금리에 미칠 악영향 때문에 대규모 증액은 어렵다고 반대했고, 국민의힘은 50조 원으로 규모를 늘리자면서 다른 예산 지출부터 줄이자고 맞섰다. 그러다 보니 일단 단독 처리에 나선 것이지만 합의를 거치지 않고 주말 심야에 추경안을 기습 처리한 건 어떤 말로도 변명하기 힘든 퇴행적 행태다.
이번 추경이 꼬인 건 출발부터 정치적 목적이 앞섰기 때문이다. 새해 시작 한 달도 안 돼 나온 ‘1월 추경’이란 점에서 전례부터 찾기 힘들다. 재작년 4·15 총선, 작년 4·7 재·보궐선거 직전 추경에 이어 3년 연속 선거 전에 통과돼 ‘추경의 정치화’란 나쁜 관행의 고착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물가, 금리 때문에 증액에 난색을 표하는 경제부총리에게 여당 인사가 “당장 목을 쳐야 한다”고 막말을 하는 모습도 정상이 아니다.
여야는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대선이 눈앞에 있다고 하지만 추경안을 놓고 표 계산만 해선 곤란하다. 재정 여건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효율적인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찾는 고민이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