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경험 못한 文의 나라’ 끝나 교조주의·내로남불·정신승리 실패 尹 모험주의, 국민을 시험에 들게 해 정권교체 없이 윤석열은 없다
박제균 논설주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文의 나라’가 사실상 끝났다. 임기는 두 달여가 남아 있지만 16일 뒤면 새로운 대통령의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 5년을 겪어내면서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인 이 정권에 놀란 적이 많았다. 그래도 중국에 대해 이 정도까지 친중(親中), 아니 사대(事大)일 줄은 몰랐다.
친북(親北)인 건 같은 진보좌파 정권인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같았다. 하지만 김·노 정부는 대통령 자신이 ‘높은 산봉우리’(중국) ‘작은 나라’(한국)라는 표현을 써가며 고개를 숙일 정도는 아니었다. 대한민국 안보 주권의 일부를 내준 ‘3불(사드 추가배치 불가, 美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삼각동맹 불가) 약속’은 더 이상 한중이 대등한 관계가 아님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도무지 ‘1’도 닮지 않을 것 같은 급진 운동권 정권과 조선 후기 주자학 교조주의가 통한다는 점도 놀랄 일이었다. 그들 주자학자는 친명(親明) 사대도 모자라 명나라가 멸망한 뒤에도 명의 연호를 쓰고, 명 황제를 모시는 만동묘(萬東廟)와 대보단(大報壇)까지 만들어 대대로 예를 올렸다. 만동은 중국 천자(天子)에게 충성을 서약하는 ‘만절필동(萬折必東)’에서 나온 말이다.
문 정권과 당시 주자학 세력을 꿰는 실은 교조주의다. 우리가 항상 옳다, 그러니 비판은 전혀 용납할 수 없다는. 용납하지 않는 걸 넘어 반대자들에게 ‘적폐청산’이나 ‘사문난적(斯文亂賊)의 굴레를 씌워 제거하는 것도 닮았다. 대한민국 번영을 지켜준 한미동맹을 경시하고, 북한이라는 환상에 빠져 중국에 기울어진 반(反)외교적인 외치(外治), 현실에 안 맞는 편 가르기 정책을 밀어붙이다 번번이 실패한 내치(內治), 그러면서도 정치도 경제도 방역도 잘했다는 정신 승리에 빠진 이 정권은 조선 후기의 아픈 역사를 소환한다.
그래도 이 정권 사람들이 확연하게 다른 게 있다. 내로남불이다. 이제 조국-윤미향-추미애로 이어지는 위선의 ‘거룩한 계보’에 김원웅 전 광복회장도 추가해야 하나. 물론 이 내로남불 정권의 뒷배는 문 대통령 자신이다.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대놓고 정치 보복을 하고도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도 우리 정치문화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남 얘기하는 듯한 멘털에 또 한 번 놀란다.
그러므로 3·9 대통령 선거의 시대정신은 자명하다. 이 모든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 ‘대한민국 정상화’다. 뻔히 보이는 그 길을 가는 게 과반수 국민의 염원이다. 그런데 그 국민을 태운 쌍두마차가 어기적대고 있다. 두 마리 말이 각자 다른 길로 가려 한다면 마차와 승객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어제 단일화 제안을 철회했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 애초 안철수의 ‘여론조사 단일화’ 제의도 최후통첩은 아니었다. 유권자의 역선택을 노려 대선주자 지지율이 세 배도 넘는 윤석열에게 여론조사 단일화를 제안했다면 시쳇말로 ‘도둑× 심보’다.
안철수의 설명대로 윤석열이 ‘단일화 제의 이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면 교만의 늪에 빠진 것이다. 문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빠진 그 늪이다. 오차범위 넘게 이재명 여당 대선후보를 이기는 여론조사 결과와 단일화로 지분 상실을 우려하는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 등의 속삭임이 교만을 부추겼을 것이다. 그 교만으로 윤석열 개인이야 얼마든지 모험을 해도 좋다. 하지만 그 모험주의로 과반수 국민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 정권교체 없이 윤석열은 없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