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中 텃세에 똘똘 뭉친 한국… 잘싸웠다, 우리 선수들[베이징 돋보기]

입력 | 2022-02-21 03:00:00

[베이징 겨울올림픽]
폐쇄루프 뚫고 나온 선수단 열정
무관심 걱정 날리고 열띤 응원전
17일간 역전 드라마에 흠뻑 취해



베이징=김배중 기자


“관심 없다. 응원 안 할 거야.”

4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개막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랬다. 선수들은 “여름올림픽에서의 열기를 이어받고 싶다”고 소망했지만 한층 전파력이 강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반중 정서, 비인기 위주인 겨울올림픽 종목 등이 맞물려 팬들의 다짐은 현실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보름이 지난 19일. 인천공항에 입국한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은 약 반년 전 일본 도쿄에서 돌아온 선수들 못지않은 환영인파를 맞았다.

그럴 만했다. 쇼트트랙만 보면 마치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성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대회 초반 개최국을 밀어주는 듯한 석연치 않은 판정에 탈락했던 선수들은 결국 귀신같이 ‘금맥’을 캐더니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로 종목 종합 1위를 지켰다.

개회식 때부터 한복이 논란이 되며 들끓던 민심은 우리 선수들이 당한 부당대우에 공분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향한 응원의 외침은 ‘전폭적’이 됐고 이에 힘입어 선수들도 제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남자 계주 5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곽윤기(33·고양시청)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으며 ‘골드 버튼’을 받았다. 팬들의 선물이다.

메달을 못 얻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을 향한 격려도 도쿄에 이어 베이징까지 이어졌다. 19일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에서 5위에 오른 김보름(29·강원도청)은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팬들의 응원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4년 전 평창에서 이 종목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앞서 열린 팀 추월에서 생긴 ‘왕따’ 논란의 가해자로 지목돼 김보름은 당시 가장 욕을 많이 먹은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김보름을 향한 모든 의혹은 해소됐다. 팬들도 그의 땀 흘리는 모습에 집중했고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냈다.

팬들의 관심 없이 올림픽 역사상 처음 ‘폐쇄루프(閉還)’ 안에서 치러지는 대회였기에 선수들을 포함해 모든 관계자들이 ‘흥행’을 걱정했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국민들의 응원은 바다를 건너와 피부까지 닿았다. 선수들도 투혼을 발휘해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팬과 선수들이 응원과 투혼으로 소통하며 더 나은 성과를 이루는 게 스포츠의 참모습이 아닐까.

성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