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 신구 조화 완벽… 스피드스케이팅 男매스스타트 銀-銅 휩쓴 코리안 듀오
함께 들어 더 빛나는 태극기 한국의 정재원(왼쪽)과 이승훈이 19일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들고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을 돌고 있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anga.com
한국 축구의 ‘월드클래스’ 손흥민(30·토트넘)의 순간 스프린트 능력을 동경하던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막내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세계 최정상의 막판 스퍼트 능력을 뽐냈다.
정재원(21·의정부시청)은 19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마지막 바퀴 극적인 질주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에 값진 메달을 안겼다. 17세에 출전했던 4년 전 평창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정재원은 개인전 첫 메달을 품에 안았다. 평창 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페이스메이커’로 10바퀴 이상 체력을 완전히 소진하며 선두 그룹과 경쟁을 해주고 이승훈(34·IHQ)의 초대 금메달을 도운 정재원은 이제 이승훈을 잇는 확실한 에이스가 됐다.
평소 손흥민의 토트넘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보는 ‘손흥민 마니아’인 정재원은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 4위답게 체력을 아끼는 레이스 운영을 하다가 마지막 바퀴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로 결승선을 향해 질주했다. 15바퀴째를 5위로 통과한 정재원은 치열한 상대 견제와 눈치작전에도 마지막 400m를 무려 23초40에 끊으며 2위로 들어왔다. 월드컵 1위이자 금메달을 딴 바르트 스빙스(벨기에)보다 조금 늦게 스퍼트 시동을 건 게 아쉬웠다. 스빙스와는 0.07초 차. 마지막 400m 기록만 보면 스빙스(23초47)보다 0.07초 빨랐다. 결승선이 5m만 더 멀리 있었더라면 추월도 가능했다.
이승훈의 동메달도 값지다. 이승훈은 사격의 진종오(금 4, 은 2), 양궁의 김수녕(금 4, 은 1, 동 1)과 함께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6개·금 3, 은 2, 동 1)을 획득한 ‘올림픽 전설’ 반열에 올랐다. 겨울 종목에서는 이승훈이 독보적이다.
쇼트트랙에서 전향해 2010년 밴쿠버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1만 m에서도 올림픽 기록을 갈아 치우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전성기를 누렸다. 4년 뒤 소치에서는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에서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과거처럼 장거리 종목에서 메달 사냥이 어렵다고 보고 당시 신설된 매스스타트에 집중해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팀추월에서도 후배인 김민석(23·성남시청), 정재원과 호흡을 맞춰 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의 도전은 계속된다. 정재원조차 “이번 올림픽에서 승훈이 형이 조언을 많이 해줬고, 다양한 전략을 풍부하게 배웠다”며 존경심을 보였다. 이승훈은 평창 대회 이후 후배 폭행 논란으로 자격정지 1년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에 복귀했던 아픔도 동메달로 씻어냈다. 이승훈은 19일 경기 후 “마지막 올림픽이 아니다”라며 “이제는 운동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즐겁다. 선수 생활을 당분간 할 것 같다. 내가 가르치는 것보다 후배들과 트랙을 함께 타주는 게 더 좋을 듯하다. 4년 뒤 내가 올림픽에 나오면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안 되면(후배들이 나를 못 넘는다면) 가겠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