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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때문에 세입자에게 ‘을’ 됐다”…전세퇴거대출 막혀 ‘발 동동’

입력 | 2022-02-21 06:14:00

서울시내 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News1


수도권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산 A씨는 최근 밤잠을 못 이룬다. 올해 전세 만기가 되면 세입자를 내보내고 실입주할 계획이었으나, 연초부터 강화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전세 퇴거자금 대출’ 한도가 줄면서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전세시장도 하락세로 돌아서 새로운 세입자를 제때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지난달부터 소득기준 대출 규제인 DSR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전세시장도 2년 반 만에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대출과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차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 창구와 대출 관련 커뮤니티엔 ‘DSR 규제 때문에 세입자에게 을이 됐다’, ‘전세 퇴거 대출 한도가 줄어 입주에 차질이 생겼다’, ‘전세보증금 돌려줄 돈이 부족하다’ 등 임차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이른바 ‘전세 퇴거 대출’ 한도 축소로 인해 어려움을 토로하는 차주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전세 퇴거 대출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빌려주는 일종의 주택담보대출이다.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 때문에 정부는 주담대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전세 퇴거 대출에 대해서는 일부 예외를 둬왔다.

그러나 전세 퇴거 대출이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2019년말부터 규제지역의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한해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도 금지했다. 시세 9억원을 넘는 주택도 소유자가 3개월 이내에 전입하는 조건으로만 취급할 수 있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강화된 DSR 규제에 전세 퇴거 대출도 포함되면서 돈을 빌리기가 더욱더 까다로워졌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만 넘어도 DSR 40%(2금융권은 50%)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지난해엔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집을 보유했을 때 규제했는데, 올해 규제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오는 7월부터는 총대출액이 1억원만 넘어도 DSR 40% 규제를 받는다.

이로 인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샀거나, 소득이 적은 차주의 경우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 추가로 전세 퇴거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주택시장 침체기가 본격화되고 고공 행진하던 전세시장도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새로운 세입자를 제때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01% 떨어져 하락전환했다.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한 것은 2019년 8월 이후 약 2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3% 하락해 전주(-0.02%)보다 낙폭이 커졌다. 전국 전세수급지수도 96.1로 떨어졌다. 기준선(100) 이하면 전세를 구하는 세입자보다 세입자를 찾는 집주인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세 만기가 아직 많이 남았는데도 임차인 퇴거 때 보증금을 다 마련하지 못할까 봐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고객들도 나타나고 있다”며 “은행권 한도가 크게 줄었다 보니 그나마 DSR 한도가 높은 2금융권으로 눈을 돌리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