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거주해온 친러 분리주의 성향 주민들이 러시아로 대피하기 위한 도보 및 차량 이동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친러 피난민들이 국경검문소를 통과해 러시아에 진입, 남부 로스토프 지역으로 차량·버스 및 도보를 이용해 이동하고 있는 것을 현장에 나가 있는 CNN 기자가 목격했다고 한다.
로스토프 아빌라-우스펜카 국경 검문소에 설치된 임시수용소에는 러시아 비상대책부 관계자들과 친푸틴 청년단체가 마중 나와 돈바스를 떠나온 주민들을 환영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도네츠크에서 대피한 한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주민은 CNN에 이날 새벽 포격을 듣고 긴급 대피했다고 말했다.
신변보호상 자신을 이리나(35)라고만 밝힌 이 주민은 검문소 근처까지 차를 몰고 간 뒤 5살 된 아들 다닐과 도보로 국경을 건넜다. 그는 “새벽 1시경 포격 소리가 들렸다”며 “아이를 안고 도망쳐왔다”고 했다.
러시아 비상대책부는 식당, 화장실, 샤워실 등 임시시설을 설치해둔 상황으로, 피난민들은 시설내 마련된 2층 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이름과 성 2개 중 하나만 밝힌 빅토르 이바노비치(63)는 “우리는 자발적으로 떠나왔으며, 아무도 우리를 강제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국경을 넘었다고 전했다.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 당국은 지난 18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장악한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주민들에게 피난 명령을 내린 직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친러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가 교전이 계속된 지역이다. 스스로 공화국을 선포, 독립을 주장해왔다.
이에 러시아가 크림반도 사태 때처럼 돈바스 지역을 분리시켜 주민투표를 여는 형태로 병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왔는데, 최근 러시아 의회(국가두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이들 지역의 독립을 공식 인정해달라는 결의안을 투표, 계획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지난 16일부터 본격화된 돈바스에서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간 전쟁을 방불케 하는 무력 충돌은 앞서 미국 정보당국이 제기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먼저 공격을 개시했다는 거짓 선전을 한 뒤, 이를 명분으로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해 침공을 강행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