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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처음부터 다시 시작”…‘단일화 불씨’는 여전

입력 | 2022-02-21 11:52:00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여야 4당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인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시 첫걸음을 내딛겠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1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대선 일정을 다시 시작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서울 중구에 있는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다녀왔다고 공개한 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다시 거리에서, 시장에서, 삶의 현장에서 만나 뵙겠다”며 “날은 춥지만, 봄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이날 발언은 대선 완주 의지를 거듭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그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했던 야권 후보 단일화 제안을 철회했다.

그는 “지난 일주일간 무대응과 일련의 가짜뉴스 퍼뜨리기를 통해 제1야당은 단일화 의지도, 진정성도 없다는 점을 충분하고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이제부터 저의 길의 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상중에 후보 사퇴설과 경기도지사 대가설을 퍼뜨리는 등 정치모리배 짓을 서슴지 않았다”며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책임은 제1야당과 윤 후보에게 있음을 분명하게 말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거리에서 유세 중 주먹을 불끈 쥐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도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국무총리‧경기도지사 대가설 등과 관련해 “대통령 후보로 국민께 나선 후보에게 할 수 있는 최악의 네거티브, 마타도어(흑색선전)”이라며 “(윤 후보가) 단일화 꼬리표를 안철수에게 붙여놓고 선거 끝날 때까지 사골곰탕처럼 우려먹겠다는 그런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안 후보가 지난 13일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한 뒤 일주일 만에 이를 철회하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당분간 대선 선거운동도 윤 후보와 안 후보를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4자 구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향후 지지율 추이에 따라 다시 야권 단일화 논의가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분간 냉각기가 불가피하지만 윤 후보의 지지율 변화에 따라 정치적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 철회로 윤 후보 지지율이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일화 기대감이 윤 후보 지지율에 반영됐지만 단일화 제안이 철회되면서 야권표가 윤 후보와 안 후보에게 분산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경남 통영시 무전 사거리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주먹을 치켜올리는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통영=뉴시스

반면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만큼 윤 후보의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정권교체를 원하는 야권 지지층이 위기감을 느끼면서 윤 후보에게 표가 결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일각에선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 철회와 관련해 최근 갈수록 좁아지는 정치적 입지를 극복하기 위한 반전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 유세버스 사망 사고 이후 중단됐던 선거운동의 동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얘기다.

국민의힘도 단일화 논의의 불씨를 완전히 꺼뜨리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20일 선거대책본부 이양수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안 후보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께 실망을 드려서는 안 될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도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는 다른 어떤 것에 우선하는 대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정권교체를 위해서 어떤 노력이든 계속해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단일화 가능성은 살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정치는 생물이다”며 “대선 기간에는 하루라는 시간이 평소 한 달 이상의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변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