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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선수, 빙둔둔 버려 ISU 경고”…中언론에 보도된 혐한 루머

입력 | 2022-02-21 13:36:00

지난 12일 내셔널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남자 500m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차민규 선수.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anga.com


20일 폐회식을 끝으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막을 내렸지만 중국에서 한국 선수들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일부 인터넷 매체들은 누리꾼들이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퍼뜨린 소문을 확인 없이 사실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21일 중국 인터넷 매체 왕이(網易)는 ‘한국 선수의 행동이 중국 누리꾼들의 임계점을 넘었고, 국제빙상연맹(ISU)도 참을 수 없게 됐다’는 기사에서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한 한 한국 선수가 1~3위 입상자에게 주는 올림픽 마스코트 ‘빙둔둔’을 쓰레기통에 버렸다”면서 “ISU도 공식적으로 이 선수에게 올림픽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중징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군소 인터넷 매체들도 이 보도를 인용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은메달 취소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국 매체들은 이 한국 선수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은메달을 따고 시상대에 오르기 전 손으로 시상대를 쓸어내리는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던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차민규(29·의정부시청)다.

중국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는 “차민규가 빙둔둔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을 중국인 자원봉사자가 직접 목격 했다더라”,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차민규 앞에만 빙둔둔이 없었다는 것은 버린 것이 확실하다”는 근거 없는 내용들이 올림픽 후에도 여전히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매체들이 이를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면서 해당 내용이 확대 재생산 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차민규는 빙둔둔을 잘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ISU가 차민규에 대해 중징계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며, ‘은메달 취소 검토’ 역시 완전한 가짜뉴스다.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500m 메달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딴 차민규가 시상대에 오르기 전 바닥을 손으로 쓸어내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중국 누리꾼들은 차민규가 시상대에 오르기 직전 시상대 바닥을 손으로 쓰러내는 듯한 동작을 한 것에 대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 항의하는 의미’라며 온갖 비난과 조롱을 쏟아냈다. 차민규는 “소중하고 값진 자리이기 때문에 더 경건한 마음으로 존중한다는 의미로 한 동작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 선수를 향한 중국 누리꾼들의 십자포화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캐나다 대표팀이 차 선수가 했던 것과 같은 세리머니를 하자 ‘시상대 쓸기’에 대한 비난이 누그러졌다. 캐나다 쇼트트랙 종목 간판선수이자 올림픽 여섯 번째 메달을 획득한 샤를 아믈랭은 이 세리머니에 대해 “메달을 받기 위해 단상을 청소하는 퍼포먼스일 뿐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캐나다 대표팀 측은 “아믈랭이 마지막으로 출전하는 올림픽에서 함께 금메달을 딴 것이 기쁘다는 의미에서 한 세리머니”라고 밝혔다. 중국 누리꾼들은 캐나다의 설명에 수긍했고 이후 이 세리머니에 대한 비난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중국 누리꾼들이 유독 한국 선수들에 대해서만 비난과 조롱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올림픽 기간 동안 과열된 한중 양국 국민들의 감정이 올림픽 이후 점차 냉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더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가짜뉴스들이 퍼질 여지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