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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피자 갖다주세요” 112신고에 가정폭력 직감…피해자 구조

입력 | 2022-02-21 13:52:00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불고기피자를 가져다 달라”는 신고 전화를 받은 경찰이 위급 상황을 알아차리고 신속 대응해 가정폭력 피해자를 구조했다.

21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9시 20분경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거주하는 여성 A 씨로부터 112 신고가 접수됐다.

A 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자신의 주소를 속사포처럼 뱉어낸 뒤 “불고기피자 라지 사이즈 갖다주세요”라고 말했다.

전화는 112치안종합상황실 근무 3년 차에 접어든 김정의 경사가 받았다.

김 경사는 처음에 ‘전화를 잘못 걸었나’라고 생각하며 2~3초 간 상황을 살피다가 전화기 너머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A 씨가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임을 직감했다.

김 경사는 즉시 ‘코드 0’(강력범죄 현행범을 잡아야 할 때 내리는 대응)를 발령했고, A 씨를 상대로는 피자 배달업체 직원처럼 “정확한 주소를 확인하겠습니다”라며 침착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덕분에 신고자 위치를 파악한 경찰은 신고 접수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 조사한 결과 가정폭력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해 A 씨의 남편을 검거했다.

박기성 경기남부청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과거 ‘짜장면이 먹고 싶다’며 112에 신고한 성범죄 피해자를 구조한 사례와 비슷한 사례”라며 “112 직원들은 신고자의 말을 조금도 흘려듣지 않고 세심하게 진술을 청취,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에는 서울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한 여성의 “아빠, 나 짜장면 먹고 싶어서 전화했어”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경찰관은 여성이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직감해 신고자의 아빠인 척 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결국 여성이 머물고 있는 모텔과 층수까지 알아낸 뒤 해당 모텔에서 남성 2명을 특수강간 혐의로 현장에서 검거했다.

2018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경기남부청에 한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모텔인데요, 짜장면 2개만 갖다주세요”라고 신고했다. 전화를 받은 경찰관은 “혹시 남자친구한테 맞았어요? 짜장면집이라고 하면서 저한테 말씀하시면 돼요”라고 응답해 신고자의 위치를 파악했다. 출동한 경찰들은 중국집 배달원인 것처럼 들어가 가해자를 특수폭행으로 체포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