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20세로 미국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를 수상하고 프랑크의 소나타, 생상스와 랄로의 협주곡집 앨범 등을 선보이면서 한 시대의 바이올린 요정으로 각인된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그는 3월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실내악단 협연무대 ‘김지연의 8ight(8+Eight) Season’을 시작으로 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여는 3중주 무대 ‘트리오 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15일 피아니스트 조재혁과의 듀오 리사이틀 등 세 개의 무대를 연달아 갖는다.
이번에 두 개의 무대를 함께 하는 조재혁과 미국 텍사스주 올버니의 집에 있는 김지연을 18일 화상회의 앱으로 인터뷰했다.
김: 좋았으니까 다시 같이 하죠(웃음). 조 선생님은 언제나 준비도 완벽하게 해주시고 음악을 보는 눈도 너무 깊으면서 머리 회전이 빠르셔요. 바로 서로의 생각을 느끼면서 연주하죠.
조: 김 선생님은 줄리어드 동기였지만 재학 시절에는 안면만 있는 정도였어요. 2018년 연주는 열흘 남기고 저를 급하게 피아니스트로 구하신 건데, 그때 좋게 보셨나 봐요. 김 선생님의 연주는 감각적이고 화려하면서도 가볍지 않고 즐거움이 연주에 녹아들죠. 둘 다 음식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데, 빨리 먹으러 나가자고 리허설을 소홀히 하지는 않습니다(웃음).
―듀오 무대에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소나타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등을 연주하시는데.
김: 슈트라우스의 소나타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바이올린 피아노 모두 화려하고, 2악장은 매우 감미로운 곡이죠. 슈트라우스가 나중에 결혼하게 되는 파울리네와 사랑에 빠졌던 시절에 작곡한 곡이라서 매우 로맨틱합니다.
김: 2019년에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셋이 베토벤의 삼중협주곡을 협연했고 같은 해 금호아트홀 연세에서도 공연했죠. 서로 솔리스트로 활동하면서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언제든지 기회가 되면 모이기로 뜻을 모았어요. 트리오 인이라는 이름에는 항상 음악 ‘안’에서 청중과 함께 하겠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조: 연주를 할 때 연습과 리허설에서 많은 것을 정해두지만, 저희 셋은 무대 위에서 새롭게 느낀 것을 즉흥적으로 풀어나갈 때도 자연스럽게 눈짓 하나로 마음이 맞아요. 이번 공연에서는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가 쓴 피아노3중주를 무대에 올립니다. 1853년 브람스가 뒤셀도르프의 슈만 집을 방문했을 때 음악으로 교류했던 일을 떠올리는 무대죠. 특히 클라라의 3중주는 섬세하고 우리 가슴을 적시는 요소가 많은 작품입니다.
―클래시칸 앙상블과 함께 하는 ‘8ight Seasons’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 비발디의 ‘사계’와 탱고 작곡가로 유명한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를 연주하는 무대에요. 클래시칸 앙상블은 줄리어드, 맨해튼, 메네스 대학 출신 연주자들이 모인 악단인데, 지휘자가 없이 서로 상의해서 앙상블을 맞추는 악단입니다.
김: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아직 철이 없어요. (웃음) 하지만 저보다 ‘더’ 젊은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고 시큰한 감동을 받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예전 덴온 레이블로 발매된 생상과 랄로의 협주곡 음반, 프랑크 소나타 음반은 연주의 품격 외에 녹음의 품질로도 찬사를 받았습니다. 쨍하게 빛나는 바이올린 음색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지금도 당시의 악기를 쓰시는지요.
김: 1669년 제작된 ‘프란체스코 루지에리’ 악기를 쓰고 있어요. 당시 녹음에 쓰인 악기죠. 그 악기가 들려주는 소리를 이번에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올해의 다른 계획은
김: 줄리어드 2학년 때 주말마다 프로그램 바꿔가며 리사이틀 하려니 너무 힘들어서 강효 교수님 레슨 때 울며 정말 힘들다고 얘기했어요. 선생님께서는 ‘일단 이번 것만 걱정하자’고 하시더군요. 위안을 받았어요. 그때 이후 먼 계획보다 오늘 하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 저는 올해 쇼팽 솔로 음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모차르트 협주곡 음반이 나올 예정이구요, 3월 말에는 강릉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는데 생상스 피아노협주곡 2번에서는 피아노를, 생상스 교향곡 3번에서는 오르간을 협연합니다. 4월부터 6월까지 전국 투어도 가질 예정입니다.
김: 평소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 가볍게 인사 나누고 연주하고 헤어지고 했는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되고 나서는 처음 보는 음악가들 사이에도 서로 애틋하고, 훨씬 더 배려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랑을 잃고 나면 더 깊이 사랑에 대해 알게 되는 것과 같죠. 이 국면이 끝나면 더 사랑하고 더 느끼고 뭐든지 마음껏 해보고 싶습니다. 그런 희망을 이번 세 무대에서 전하고 싶습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