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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하루 동안에만 러시아 침공이 임박했다는 각종 첩보들을 쏟아내며 긴박한 대응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군지휘관들에게 침공을 지시했다는 내용은 물론 러시아가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는 우크라이나 도시 리스트와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된 러시아 전력 규모 등 정보기관이 수집한 기밀정보들을 대거 공개한 것. 예상치 못한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에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무력 충돌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나서는 등 치열한 정보전 속에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이 가열되고 있다.
전쟁임박 첩보 실시간 쏟아낸 美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최소 4건의 기밀첩보를 공개하며 러시아의 침공 임박을 기정사실화했다. 미 CBS방송은 미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략을 진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이에 따라 러시아군 사령관들은 전장에서 어떻게 작전을 펼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수도 키예프 외에 다수 주요 도시를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는 첩보도 공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있는 제2의 도시 하르키프, 남부 최대 항구도시인 오데사, 남부 드네프르강 하구 항구도시 헤르손 등을 공격할 수 있다고 전했다.
NYT는 21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시 반체제 인사와 언론인, 소수민족 및 종교 지도자 등에 대한 살해 및 구금 계획을 담은 문서를 갖고 있다는 ‘신뢰할만한 정보’를 바이든 행정부가 입수해 미셸 바첼레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에게 전했다고 보도했다.
블링컨 “러 침공 눈앞에 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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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CNN에 출연해 러시아가 벨라루스의 합동훈련 종료일인 20일 직전 훈련을 무기한으로 연장한 데 대해 “러시아의 침공 각본(playbook)”이라며 “우크라이나 침공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해리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독일 뮌헨안보회의가 끝난 뒤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날 진짜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며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순간에 봉착했다”고 했다.
러시아는 국영 매체 등을 총동원해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각종 테러가 일어나고 우크라니아 정부군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주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20일 정부군의 포격으로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는 친러 반군의 주장을 보도한 러시아 국영매체들은 21일 정부군 공격으로 민간인 2명이 추가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미-러 정상이 각자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내러티브(이야기)를 구체화해 전쟁의 서막이 될 수 있는 정보전의 우위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고 평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