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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코 찌르기, 아이들 공포… 국내 타액키트 허가해 달라”

입력 | 2022-02-22 03:00:00

새학기부터 주2회 자가검사 권고… 타액 검사방식 허가 요구 잇따라
침으로 검체 채취해 통증 적고 편리… 미국-독일 등선 이미 도입돼 사용
국내 업체도 만들지만 수출만 가능… 일부 학부모 수출된 국산 ‘역직구’
식약처 “기준 충족 업체 아직 없어”… 업계 “해외보다 까다로운 조건”




초중고교 개학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를 중심으로 타액(침) 검사 방식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허가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개학 후 집에서 주 2회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하고 음성 결과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입력한 뒤 등교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대상으로 매번 면봉으로 코를 찌르기가 쉽지 않고 정확도도 떨어지다 보니 아이들의 거부감이 덜한 타액 방식으로 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가 기준을 충족한 타액키트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면봉으로 코 찔렀다가 피나”
국내에서 식약처 허가를 받아 유통 중인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는 모두 면봉을 코에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타액키트는 침을 뱉는 등의 방식으로 검체를 채취한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이미 도입돼 사용되고 있다. 현행 키트에 비해 통증이 적고 검사가 간편해 선호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지만 아직 국내 사용이 승인된 것은 없다.

학부모들은 식약처 자유게시판에 “아이들은 코 연골이 약한데 어떻게 매주 두 번씩 코를 찌르라고 하느냐”며 “타액키트를 사용하게 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연이어 올리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달 8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청원이 올라왔다.

3, 9세 자녀를 키우는 유선열 씨(43)는 “면봉으로 아이들 코를 찌르다가 피가 묻어 나온 적이 있다”면서 “아이들도 검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타액키트 사용이 승인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아이들이 코를 쑤시는 검사 방식에 대한 공포로 검사하려면 울고불고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 수출한 키트 ‘역(逆)직구’
일부 학부모들은 해외 쇼핑몰에서 타액키트를 직접 구매하거나 무단 판매하는 국내 사이트를 찾는다. 타액키트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의 경우 수출용으로는 허가를 받았지만 국내 유통 허가를 못 받은 상황이라 한국산을 ‘역직구’하는 일도 생긴다.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딸을 둔 학부모 민모 씨(51)는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아이가 검사를 위해 코를 찌르며 힘들어했다. 국내 업체가 독일에 수출한 타액키트를 ‘직구’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 “일주일에 두 번씩 검사해야 한다는 교육부 발표를 듣고 타액키트를 파는 국내 사이트를 어렵게 찾아 50개를 샀다”고 말했다.

타액키트는 무허가라 판매 구입 모두 의료기기법 위반에 해당한다. 또 타액키트로 검사하고 음성이 나왔다고 해도 학교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외양이 현재 유통 중인 키트와 비슷하게 생겨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 제조업체들은 국민의 요구가 큰데 식약처가 해외보다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면서 허가를 미루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타액키트 제조업체 관계자는 “식약처 국내 사용 허가 요건이 까다로워 국내 승인은 포기하고 수출허가만 받겠다는 업체도 있다”고 했다. 일부 업체는 6개월 넘게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허가 기준 충족 못했을 뿐”
그러나 식약처는 승인된 타액키트가 없는 건 기준을 통과한 제품이 없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허가 기준인 ‘민감도(감염자를 양성으로 판별하는 정도) 90% 이상, 특이도(비감염자를 음성으로 판별하는 정도) 99% 이상’을 충족하고 (이를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면 허가를 내주는 게 당연하다”라며 “이 기준을 충족한 타액키트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타액키트 수출은 허용하면서 국내 유통을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준이 다르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출용 타액키트는 수출국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제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판매용과 허가 기준이 다르다”며 “정확도 자료를 우리 정부가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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