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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코로나속 1500명 집회 강행… “대선유세 빙자해 꼼수”

입력 | 2022-02-22 03:00:00

‘최대 299명’ 방역지침 피하려… 진보당 대선후보 유세장 형식 빌려
勞 “택배료 인상분 분배 협상 나서라”… CJ측 “개별 대리점이 협상 주체”
본사 3층 농성 풀어… 1층은 계속 점거
비노조 연합회, 노조에 파업중단 요구… 파업노조원 ‘방역지원금 대상’ 논란



택배노조, 청계광장서 대규모 집회 2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택배노조 조합원 1500여 명(주최 측 추산 2000명)이 CJ대한통운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300명 이상 집회를 불허하는 방역지침 위반을 피하기 위해 대선 후보 유세 차량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택배노조는 이날 점거 중이던 CJ대한통운 본사 1, 3층 중 3층에서는 점거를 풀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택배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가 하루 10만 명 안팎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가운데 1500여 명(주최 측 추산 2000명) 규모의 집회를 강행했다. 일부에선 “대선 후보 선거 유세를 빙자해 방역지침을 피해 간 꼼수 집회”란 지적도 나온다.

택배노조는 21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2022 전국 택배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대부분 파업 중인 CJ대한통운 노조원과 쟁의권을 확보한 일부 한진택배 노조원들이었다. 우체국택배, 로젠택배, 롯데택배 등은 파업 중은 아니지만 일부 노조원이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은 299명 이하로만 허용되는 집회 방역지침을 벗어나기 위해 인원 제한이 없는 선거 유세장 형식을 빌렸다. 집회 시작 후 사회자는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 유세차량 덕에 택배노동자들 시위를 이룰 수 있었다”고 외쳤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트럭 한 대에 김 후보 포스터 3장이 붙어 있을 뿐이었다. 집회가 시작된 뒤에도 김 후보의 정책을 설명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 언급되진 않았다.

현장에서는 감염병 예방법을 저촉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모습이 다수 목격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거리 두기를 거의 지키지 않은 채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붙어 앉았다. 청계광장 옆 골목 등에선 조합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마스크를 벗은 채 대화를 나누거나 담배를 피웠다. CJ대한통운은 본사를 점거한 노조원들이 실내 집단생활을 하면서 마스크를 벗고 음주와 윷놀이 등을 하는 모습이 수시로 확인된다며 관할 관청에 행정지도를 요청한 상황이다.

택배노조는 이날도 CJ대한통운이 협상에 직접 나서라는 요구를 되풀이했다. 노조 측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인상한 택배요금 170원 중 51.6원만 택배기사들에게 분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머지는 CJ대한통운과 대리점이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이미 140원이 택배기사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근로자가 계약을 맺은 개별 대리점이 협상 주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편법 집회 논란 속에서도 택배노조는 투쟁 수위를 더 높일 것을 예고했다. 다만 11일째 이어온 CJ대한통운 본사 3층 점거 농성은 해제하고 1층 로비에만 조합원들을 남기기로 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CJ대한통운에) 마지막 대화의 기회를 주기 위한 조치”라며 “농성 해제가 CJ대한통운에 잘못된 판단 근거로 작용한다면 점거보다 큰 농성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J대한통운은 이에 “택배노조가 불법 점거 중이던 3층에서 철수했지만 주 출입구인 1층 로비에 대한 점거는 변동이 없어 전체 불법 점거 상태는 변함이 없다”고 비판했다. 비노조 택배연합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연대 파업까지 주도해 모든 택배기사 밥그릇을 깨부수고 있는 건 아닌지 물어보고 싶다”며 파업 중단을 요구했다.

경찰은 택배노조의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에 가담한 노조원 25명의 신원을 파악하고 수사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15일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 등 8명에게 1차 출석 요구를 했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말부터 파업 중인 CJ대한통운 택배노조원들도 예년보다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이유로 정부의 2차 방역지원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CJ대한통운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은 올해 1, 2월 영업일수가 적어 매출이 떨어졌을 수밖에 없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열심히 일하면 (지원 대상에서) 빠지고, 파업해서 (영업일수가 감소해)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지만 이를 구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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