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별 격차 큰 여론조사, 유권자 혼란 가중 ARS 응답 낮은 2030 여성이 주요 변수 대선 끝나도 조사 과정 체계적으로 돌아봐야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필자는 작년 3월 대선을 1년 앞두고 “대선 본격화 이전에 여론조사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2021년 3월 21일자 동아광장).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정치적 양극단화가 극에 달하고 ‘정권 교체론’이 비등하여 여론 지형에 대한 인식이 후보들의 단일화 의지와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 작동 여부에 크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1년 전 우려했던 대로 이번 대선에서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대선 기간 내내 조사 간 차이가 컸다. 필자는 2017년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작년 1월 이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조사 전수를 취합하여 조사 기관들의 고유한 ‘경향성(House Effect)’을 보정한 ‘통합지지율’을 발표해 왔다.
특히 윤석열 후보 지지율에 대한 조사 기관 간 차이가 극심했다. 2월 3주차를 기준으로 서던포스트, 넥스트인터랙티브리서치 등은 윤 후보 지지율을 ‘통합지지율’보다 각각 6.4%포인트, 5.0%포인트 정도 낮게 추정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 리서치뷰, 조원씨앤아이 등은 ‘통합지지율’보다 윤 후보 지지율을 각각 5.7%포인트, 5.4%포인트, 5.0%포인트 정도 높게 추정한다. 기관들 간 차이가 최고 무려 12%포인트에 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ARS가 면접원이 없어 ‘샤이(shy) 현상’이 적고 정확하다는 논리를 편다. 필자도 과거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서 이런 현상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런 논리는 특정 진영에 대한 일종의 ‘낙인 효과’가 존재할 때만 성립 가능하다. 현재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만 보아도 ARS와 면접 조사 간 차이가 사라진 지 오래다.
두 조사 모드 간 차이는 20, 30대 남성과 여성들의 응답률 차이에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선에서 20, 30대 여성들의 응답률이 특히 낮다 보니 많은 ARS 조사들이 해당 성-연령별 집단에 할당된 표본 수를 채우지 못한다. 이때 해당 연령대의 응답자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림가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20, 30대 남성으로 여성 응답을 대신 끼워 넣게 되어 윤 후보 지지율을 과대 추정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20, 30대 여성 할당 표본 수를 억지로라도 다 채우는 경우가 많은 면접 조사는 남녀 간 응답률 차이가 어느 정도 실제 투표율 차이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여 윤 후보 지지율을 과소 추정할 가능성이 있다. 어느 편이 더 문제인지 곧 드러날 것이다.
최근 들어 고유한 경향성이 크게 바뀐 조사 기관들도 있었다. 이 경우는 조사 모드의 차이로도 설명이 쉽지 않다. 대표적으로 NBS(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 공동 조사)의 경우 국민의힘 경선이 한창이던 작년 10월 1주차만 하더라도 윤 후보 지지율을 ‘통합지지율’보다 무려 11%포인트 이상(통합지지율 28.4%, NBS 17.0%) 낮게 추정했다. 대부분 기간 ‘통합지지율’의 신뢰구간을 벗어날 정도였다. 반면 가장 최근의 NBS 조사는 ‘통합지지율’과 차이가 2.4%포인트(통합지지율 42.4%, NBS 40%)에 불과해 다른 기관들과 비슷해졌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통합지지율’보다 무려 5.9%포인트 낮게 추정해 신뢰구간을 벗어났다. 작년 1월 데이터 수집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었다. 결과적으로 윤 후보 지지율을 가장 낮게 추정하던 기관 중 하나였던 NBS가 윤-이 후보 간 격차를 일주일 만에 0%포인트에서 9%포인트로 커졌다고 발표했다. 선거 막판 야권 단일화 논의와 맞물려 많은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