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백 값 아시아서 한국이 제일 비싸다 25개국 비교… ‘배짱 장사’ 논란 홍콩보다 120만원 비싼 1124만원
한국의 샤넬백 가격이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높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 물가 수준을 감안한 구매력평가(PPP) 환율로 환산한 가격은 스위스의 2배에 육박했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한국 시장 특수성을 이용해 샤넬이 ‘배짱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21일 한국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KOTRA 무역관을 통해 전 세계 25개 매장에서 샤넬 대표 가방인 클래식 플랩백(미디엄)의 매장 판매가(세금 포함)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샤넬은 지난해 국내에서 4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 제품 가격은 지난해 864만 원에서 1124만 원으로 1년간 30.1% 올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 판매가(9825달러)는 조사 대상 25개국 중 4번째로 높았다. 한국보다 비싼 국가는 터키(1만6196달러), 브라질(1만2103달러), 호주(9908달러)로 터키와 브라질 물가가 지난해 각각 19.6%, 8.3% 폭등하며 환율이 요동친 것을 감안하면 한국 판매가가 사실상 2위다.
한국선 콧대 높은 샤넬, 7시간 줄세워… 유럽선 예약구매로 싸게
샤넬에 한국 고객은 봉?
상품 재고 물으면 “모른다” 답만… 매장 열기 전 대기 ‘오픈런’ 일쑤
물가수준 감안해도 스위스 2배… 비쌀수록 잘 팔려 한국엔 고가정책
매장당 매출액, 세계 평균의 3.6배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진 2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옆 대로변에 샤넬 매장 입장 대기번호를 받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다. 개점 전부터 정문 앞에 생긴 줄은 건물 모퉁이를 지나 측면 길가까지 60, 70m가량 이어졌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캉봉가의 샤넬 본점 상황은 사뭇 달랐다. 대기 없이 매장에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매장에 원하는 제품이 없으면 구매 예약을 걸 수 있다. 예상 대기 기간(2∼4개월)까지 친절하게 안내받을 수 있었다. 스위스 취리히 매장 역시 한국에선 ‘돈 있어도 못 사는’ 클래식 미디엄백을 대기 없이 바로 살 수 있다. 한국 샤넬 가격은 25개국 국가 중 네 번째로 높고 아시아에서는 가장 비싸지만 오직 한국에서만 ‘오픈런’이 펼쳐진다.
○ 한국 체감 가격, 미국 영국 스위스보다 높아
샤넬은 한국에서 지난해 네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 초 864만 원이던 클래식 미디엄백의 가격은 7월 971만 원, 11월 1124만 원으로 올랐다. 2015년 가격(538만 원)보다 두 배 넘게(109%)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8.1%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 소비자들이 ‘호갱’(호구 고객이라는 은어) 취급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 정보업체 밸류챔피언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샤넬 제품 가격 인상폭은 28%로 조사 대상 15개국 평균(17%)을 크게 상회했다. 샤넬은 국내 가격 인상에 대해 “마켓 간 현저한 가격 차이를 줄이기 위해 ‘조화로운 가격 정책’을 준수하고 있다. 한국 가격 역시 유로화 가격 대비 10% 범주 안에서 책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에서만 콧대 높은 샤넬”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향후 추가 인상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아지며 비싸도 사두는 게 이득이란 생각이 자리 잡았고, 이는 ‘오픈런’ 현상을 강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은 너도나도 사는 ‘동조’ 현상과 아무나 못 구하도록 허들을 높이는 ‘차별화’를 토대로 영업한다”며 “명품 시장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고민이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