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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 부담 커졌다”…고삐풀린 물가에 자영업자·소비자 ‘울상’

입력 | 2022-02-22 08:05:00


사진은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식당가의 모습. 2022.2.15/뉴스1

“코로나 때문에 힘든데,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니까 더 장사가 안되네요.”

21일 서울 성북구 백반집에서 만난 이모씨는 최근 ‘백반 한상’ 가격을 2000원 올렸다. 가격 인상을 최대한 늦춰왔지만, 식자재값이 오르면서 더는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에 어쩔 수 없는 가격 인상까지 겹치는데 장사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는 인근 식당 주인 안모씨도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장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가격 인상은 손님들이 즉각 반응하는 위험 부담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22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된 칼국수 전문점 명동교자는 전 메뉴를 1000원씩 인상하면서 대표 메뉴인 칼국수와 비빔국수의 가격이 1만원이 됐다.

배달 음식 역시 지난해부터 줄줄이 가격이 오르고 있다. 대표 배달 음식인 치킨과 피자, 떡볶이, 햄버거 등도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배달 음식은 물론 스타벅스를 필두로 프랜차이즈 커피값도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지난달 13일부터 음료 46종의 가격을 100~400원씩 인상한 이후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탐앤탐스, 커피빈 등이 음료 가격을 올렸다. 동서식품 역시 ‘맥심 오리지날’ 등 커피 제품 출고 가격을 인상했다.

◇가격 인상에 자영업자도, 소비자도 ‘울상’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두부 시장 점유율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풀무원, CJ제일제당, 대상 등 세 곳이 원재료비 인상 등을 이유로 두부 제품의 가격을 올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두부. 2022.2.16/뉴스1

가격 인상은 소비자는 물론 자영업자들도 꺼리는 게 현실이다. 가격을 올리면 저항 심리가 발동해 한동안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어든다.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가격이 올랐는데, 가격이 오르니 장사가 안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격 인상 공지를 따로 올리면 손님이 더 줄까 봐 못하고 있다”고 했다.

윤철 한국외식업중앙회 서대문구지회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식자재값이 오르니 어쩔 수 없이 올렸지만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은 저항할 수밖에 없다”며 “말로는 이해한다고 하지만, 소비자들도 주머니가 점점 얇아지는 데 좋을 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먹거리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30대 직장인 장모씨는 “출근과 동시에 회사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최근엔 자제하고 있다”며 “가격 인상으로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박모씨(34)도 “점심을 먹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자주 찾았었는데, 최근 가격 인상으로 인근 개인 카페를 가고 있다”며 “한 잔으로 보면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5~6명이 함께 가면 가격 인상을 바로 실감할 수 있다”고 했다.

◇두부·만두 등 장바구니 물가도 인상

서민 대표 먹거리인 두부마저 가격을 올리며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시장 1위인 ‘풀무원’은 수입콩 두부 가격을 5년 만에 올렸다. ‘부침두부 290g’ 제품은 1350원에서 7.4% 올라 1450원으로, ‘찌개두부 290g’ 제품은 1250원에서 8% 인상돼 1350원으로 각각 조정됐다.

CJ제일제당의 ‘행복한콩’ 두부도 수입콩 두부 가격이 9년 만에 평균 8% 올랐고, 종가집 두부를 판매 중인 대상도 내달 초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프레시지 제품 등 각종 밀키트가 진열돼 있다.국내 밀키트 시장 1위 기업 ‘프레시지’가 일부 제품 가격을 이달 중순부터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2.21/뉴스1

냉동만두와 밀키트도 식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이 올랐다. 만두 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왕교자’ 490g 2개 묶음 제품의 가격을 8480원에서 8980원으로 올리는 등 평균 5~6% 올렸다. 밀키트 시장 1위 기업 ‘프레시지’도 평균 7%씩 가격을 올렸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 간식류의 가격도 계속 인상돼 왔다.

◇“식자재값 때문” 한목소리…정부, 12개 외식 품목 가격 공개키로

외식업 종사자들과 식품업계는 “식자재값 인상”을 물가 인상의 주원인으로 꼽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산 콩은 35kg 기준 2만5067원, 배추(20kg)는 5717원, 피마늘(10kg)은 2만3188원, 풋고추(10kg)는 5493원, 참깨(30kg)는 32만1350원씩 평년보다 가격이 높은 상황이다.

외식 물가가 계속된 상승 곡선을 그리자 정부는 오는 23일부터 12개 외식 품목의 프랜차이즈별 가격과 등락률을 공표할 예정이다. 배달 수수료도 내달부터 한 달에 한 번씩 공개된다.

12개 품목은 죽·김밥·햄버거·치킨 등 4대 관리 품목과 떡볶이·피자·커피·자장면·삼겹살·돼지갈비·갈비탕·설렁탕이다. 지난달 외식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5%올라 2009년 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가공식품 역시 같은 기간 4.2%나 올랐다.

다만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는 원가이기 때문에 물가 상승의 근본 원인인데, 그 가격이 오른 지 상당히 오래됐고, 안정화가 되지 않았다”며 “물가 상승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돈이 많이 풀려서 한국은행은 이자율을 올려 유동성을 조절하려 하는데, 정부는 돈을 더 풀면서 물가를 올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원가는 다 오르는데 실제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