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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아프다고 허리띠 졸라매지 마세요

입력 | 2022-02-23 03:00:00

벨트를 ‘복대’처럼 사용하면 허리 주변근육 약해져 역효과



게티이미지코리아


윤문식 수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유모 부장(49)은 최근 벨트를 벗어 던졌다. 허리 근력을 키우려는 목적에서다. 여느 중년처럼 요통을 달고 사는 그가 이번에야 말로 고질적인 통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운 것. 벨트의 도움 없이 의식적으로 허리를 꼿꼿이 세워 앉거나 걸어야 허리 근육이 강화된다는 전문의의 조언이 변화의 계기였다. 벨트의 허전함은 멜빵으로 대신했다.

허리 근력을 위해 벨트를 풀었다는 것이 얼핏 이해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유 부장처럼 허리를 꽉 조여 탄탄하게 받치기 위해 벨트를 착용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벨트를 ‘허리 복대’처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리 복대는 허리 근육이 해야 할 역할을 대신한다. 때문에 허리에 통증이 심한 환자들에게 권하기도 한다. 꽉 조인 허리띠는 허리를 편하고 안정적으로 만들지만 오히려 주변 근육이 일하지 않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습관이 반복되면 자연스레 약해져 척추 기립근 퇴행이 빨라질 수 있다.

약해진 척추 기립근은 외부 충격이나 체중의 부하 등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한다. 이는 척추의 부담으로 이어져 만성 요통이나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가 터지는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50대에 들어서는 남성은 척추 질환을 조심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50대 남성 허리디스크 환자는 18만7783명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다.

벨트를 사용하는 중년이라면 유 부장처럼 졸라매는 것을 피하는 게 좋다. 벨트는 골반 뼈에 살짝 걸치고 엄지손가락 하나가 충분히 들어갈 정도로 착용하는 것이 올바르다. 유 부장처럼 멜빵으로 멋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 방법도 있다.

만약 벨트의 도움 없이 생활하는 게 불편하고 통증이 더 느껴진다면 이미 허리 근력이 약해진 상태일 수 있다. 이런 경우 가까운 전문의를 찾아 자신의 정확한 허리 상태를 확인하고 허리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치료법과 함께 적절한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먼저 지속적인 부하로 무리가 온 허리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한방에서는 추나요법과 침치료 등이 활용된다. 추나요법은 잘못된 자세로 인해 틀어진 척추와 근육 등을 밀고 당겨 통증의 원인인 척추 불균형을 바로잡는 치료법이다. 아울러 침치료는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풀어 통증을 줄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침치료의 효과는 여러 연구논문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침치료를 받은 요통환자의 요추 수술률이 36% 줄어드는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다시 유 부장의 사례로 돌아와 그가 전문의로부터 들은 조언에 집중해 보자. 결국 문제는 자세다. 평소 꼿꼿한 자세를 의식적으로 유지해 허리 근력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척추 기립근에 힘이 들어가고 허리 근력이 강해진다. 이런 자세 습관을 유지해 나간다면 벨트까지 벗어 던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윤문식 수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