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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베옷 대신 양복 입히고 싶어”…광양 편의점 피살 취준생 사연 ‘눈물’

입력 | 2022-02-22 13:20:00

22일 오전 전남 광양시 광영동 ‘묻지마 살해’ 사건 현장 편의점에는 신문지가 벽면에 붙어있어 내부 모습이 차단 돼 있고 ‘개인 사정으로 인해 임시 휴업하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여 있다.2022.2.22/뉴스1 © News1


“면접보러 간다고 양복도 사놨는데 입어보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어요….”

전남 광양의 한 편의점에서 4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취업준비생의 슬픈 사연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취준생 A씨(23)가 사망한 지 나흘째인 22일 오전 피해자 가족은 <뉴스1>과 통화에서 “비통하고 벼락맞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가다 한숨을 내쉬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피해자 가족은 A씨의 사망 소식을 뉴스 보도를 통해 접한 뒤 충격에 빠져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고 했다. A씨는 부검을 진행하고 장례를 치뤘다.

숨진 취준생 A씨는 군대를 제대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어려운 집안 살림에도 보태고 용돈벌이를 위해 자택 인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부모에게 생활비를 지원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책임감 강한 청년이었다.

평소 착하고 성실해 주변인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최근 지원한 회사에서 서류심사를 합격해 면접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부모는 A씨에게 면접에 ‘꼭 합격해야한다’며 어려운 형편에도 양복를 사놓고 면접 날만 애타게 기다렸다.

그러나 A씨는 새 양복을 입고 면접장에 가보지도 못하고 20대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A씨의 가족은 “취업 전에 자신이 직접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했다”며 “아이가 원한을 사거나, 절대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벼락맞은 심정”이라며 “편의점 직원들에게 안전복이라도 입혀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마지막 가는길에 새 양복을 입혀 떠나보냈다.

장례식장 한 관계자는 “세상에 양복을 입고 하늘로 간 사람은 처음이다. 사망자 부친이 아들에게 ‘삼베옷 대신 양복을 입혀 보내고 싶다’는 뜻을 전해와 사연을 알았다”면서 “자식을 둔 부모로서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9일 오전 0시34분쯤 광양시 광영동 한 편의점에서 4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아르바이트생 A씨가 숨졌다.

B씨(48)는 당시 술을 마시지 않았으며, 정신 질환 전력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씨에게 범행 동기 등을 추궁하고 있으나 4일째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양=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