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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임종 지켜야 하는데…” 장애인단체 출근길 시위에 공사 자제 요청

입력 | 2022-02-22 14:03:00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서울교통공사가 출근길에 시위를 벌이는 장애인 단체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시민들이 직장에 늦게 도착하는 등 불편을 겪으면서 단체와 시민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공사에 따르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와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운영비를 국비로 책임질 것 등을 기획재정부와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하며 출근길에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단체는 이달 17일을 기준으로 서울 지하철역 내에서 총 29차례 시위했다. 이로 인해 열차가 2시간 이상 지연되는 등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직장인이 지각하는 일도 벌어졌다.

시민들의 민원은 시위 횟수에 비례해 계속 증가했다. 17일까지 총 2559건의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강경한 대응을 해달라는 요구가 대부분이었다.

서울교통공사

시위로 인한 지하철 지연이 상례화되자 피해를 입은 시민이 전장연 측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려 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는 등 단체와 시민들의 갈등도 커졌다.

이달 9일 오전 한 시민이 출근길 5호선 전동차 안에서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야 하는데 전장연 측이 열차를 막아 갈 수 없다’며 현장에서 울면서 항의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피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가장 많은 시위 대상이 되었던 4호선의 경우 시위가 있었던 지난달 28일 기준 오전 7~9시 출근길 승하차 인원이 2주 전보다 5.8% 감소했다. 전장연의 주 시위 장소인 4호선 서울역의 경우 지난달 14일 5402명에서 지난달 28일 4351명으로 19.5% 감소했다.

서울교통공사

5호선의 경우 시위가 있었던 15일 기준 출근길 오전 7~9시 승하차 인원이 1주 전보다 7.8% 감소했다. 주 시위 장소인 5호선 광화문역의 경우 8일 1만4605명에서 15일 1만2009명으로 17.8% 감소했다.

조규주 서울교통공사 영업계획처장은 “출근길 시위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호선 승객들의 불편이 시민 공감을 넘어 갈등과 혐오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공사는 대규모 시위로 인한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