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여성배우로만 꾸며지는 뮤지컬 ‘프리다’의 한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의 일생을 다룬 ‘프리다’의 무대엔 여성 배우만 4명 등장한다. 프리다 역(최정원 김소향)뿐 아니라 그녀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까지 남성이 아닌 여성배우(전수미 리사)가 연기한다. ‘프리다’를 제작한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는 “처음 리딩 때는 남성배우도 있었는데 작품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성들로만 꾸미게 됐다”며 “4명의 배역 모두 프리다를 표현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프리다와 생물학적 성이 같은 여성이 맡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5월 개막하는 뮤지컬 ‘아이다’는 동명의 오페라가 원작인 라이센스 뮤지컬이다. 신시컴퍼니 제공.
‘흥행은 남자배우 몫’이라는 업계의 불문율을 깨고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작품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 흥행보다는 작품의 메시지나 완결성을 위해 과감한 시도를 하는 제작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지원 대표는 “작품의 메시지를 위해서라면 4명 모두 프리다와 생물학적 성이 같은 여성이 맡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티켓 파워에 연연하지 않고 추진하면 진심이 통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뮤지컬의 주 관객층 20, 30대 여성의 소비 성향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매력적인 남성을 일방적으로 갈망하기 보다는 같은 처지에 있는 여성 캐릭터에 공감하며 응원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지영 연출가는 “남성 캐릭터에 환호하기 보다는 여성 캐릭터에 자아를 투영해 몰입하는 젊은 여성들이 많아졌다”며 “여성 관객들이 오히려 차별과 억압에 맞서 자신만의 선택을 하고 삶을 개척하는 여성 캐릭터에게 진한 공감을 느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지’의 김태형 연출은 “나와 비슷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소통하려는 욕구가 강해졌다”며 “여성관객이 메인인 시장에서 여성주인공이 모험적이라는 이야기는 오히려 실례되는 말이 됐다”고 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