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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기업 '왓챠2.0'..."웹툰·음악·영상 모두 모여!"

입력 | 2022-02-22 14:41:00


오늘 22일, 왓챠가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다. 왓챠 CEO 박태훈 대표와 공동창업자 원지현 COO, 김효진 콘텐츠 사업이사가 무대에 올라 데이터 비즈니스 사업을 하는 ‘왓챠’의 비전과 미래 전략 등을 공유했다. 이어, 왓챠 투자사인 카카오벤처스 김기준 부사장이 사회자로서 질의응답 세션을 이끌었다.

왓챠가 꼽는 자사의 성장 동력은 ‘데이터’다. 이용자 맞춤 콘텐츠를 추천하는데 활용되는 데이터 분석 역량이 지금의 왓챠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왓챠의 정체성은 테크기업이다. 11년간 쌓아온 시청, 평점 데이터는 정교한 콘텐츠 추천을 가능하게 해 왓챠를 국내 대표 OTT서비스로 올려놓았다. 그동안 쌓은 왓챠의 영화 별점 데이터는 6억 개가량으로 네이버 영화의 30배 이상 많다.

원지현 COO, 출처=왓챠


원지현 COO는 “다양한 취향을 가진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획일화된 편성표로 모든 사람에게 같은 콘텐츠를 전달하던 기존 방식을 그대로 쓸 필요가 없다”면서 “현재 OTT 업계는 더 많은 제작비를 투자해 경쟁하는 ‘자본싸움’이 한참이지만, 왓챠는 제작비 규모만 늘리는 대신 스마트한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구독 비즈니스의 핵심은 리텐션(고객이 해당 서비스를 지속해서 소비하는 것을 의미)을 유지하는 것이다. 아무리 블록버스터급 콘텐츠를 제공해도 해당 콘텐츠의 성공이 지속적인 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 이후에 나올 작품이 흥미롭지 않으면 서비스를 해지하는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리텐션 관점에서 중요한 건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계속 볼 수 있게 해 플랫폼에 대한 이용자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모바일 데이터 및 분석 플랫폼 data.ai(앱애니)에 따르면, 왓챠는 국내 OTT 중 7일, 30일 리텐션 비율이 가장 높다. 10만 개가 넘는 콘텐츠의 80% 이상이 매달 소비된다. 작품 수만 많은 게 아니라 대부분의 작품을 이용자가 실제로 시청하고 있다. 원 COO는 “OTT 플랫폼에 내 취향에 맞는 콘텐츠가 있어도 추천 알고리즘이 없다면, 이를 이용자가 알아서 찾아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왓챠는 콘텐츠 제작에도 데이터 분석 역량을 활용한다. 오리지널 리얼리티 예능인 조인마이테이블의 경우엔 작품 기획 단계에서 해당 콘텐츠를 주로 시청할 이용자 집단을 선정했다. 왓챠 플랫폼 내에서 해당 집단이 자주 보는 콘텐츠를 분석한 뒤, 이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콘텐츠 제작에 활용했다.

왓챠가 그리는 새로운 비전은 ‘왓챠 2.0’이다. 앞으로 왓챠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나아가 음악과 웹툰까지 구독 모델로 제공한다. ‘보고 듣고 즐기는’ 것을 모두 왓챠에서 해결하는 ‘엔터테이먼트 슈퍼 앱’이 되겠다는 것이다. 각 영역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고객 경험을 강화한다. 다음 주에 공개되는 조인마이테이블은 영상을 공개한 뒤 뒷이야기를 웹툰에서 다룬다. 오리지널 드라마 ‘좋좋소’도 영상에서 담지 못한 이야기를 웹툰으로 보여준다. 하나의 영역에서 쌓인 데이터가 다른 영역 콘텐츠를 추천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웹툰 서비스는 론칭 이후로 3개월 만에 100만 개의 데이터가 쌓였는데, 이를 웹툰과 영화, 음악 콘텐츠 추천에 사용할 수 있다.

비디오 콘텐츠는 이용자가 집중해서 시청하는 고관여 콘텐츠이다. 그만큼 영상 콘텐츠를 자주 보는 것이 어렵다. 음악과 웹툰은 이동 시간, 업무 중 자투리 시간에 편히, 자주 볼 수 있는 저관여 콘텐츠다. 영상만큼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지 않다. 왓챠 2.0은 지금까지 왓챠가 점유하지 못했던 시간도 확보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원지현 COO는 “웹툰 시장에서 구독모델 플랫폼이란 특징은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요인이다”라면서 “창작자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 고객은 이를 통해 폭넓은 감상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초기 웹툰 시장은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처럼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 웹툰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기다리면 무료라는 서비스가 생기면서, 50회차 이상의 서사성이 강한 ‘기다무(기다리면무료)’에 최적화된 작품이 대세가 됐다. 많은 작품이 기다무 시스템에 맞춰지면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웹툰 장르도 제한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영화를 수급해 이용자 취향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던 왓챠의 사업 방식은 웹툰으로도 확장된다. 작품 호흡이 길든 짧든, 기다무에 어울리든 아니든 창작자가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목표다.

국내 웹툰 시장에선 구독모델이 자리를 잡지 않았다는 점도 기대요인이다. 한국은 웹툰 시장이 콘텐츠 업체가 주도하는 시장이라서, 이들이 반기지 않는 구독모델이 자리 잡기 쉽지 않은 구조다. 구독모델은 플랫폼과 작가가 가져가는 수익을 떨어뜨린다. 이들 입장에선 고정 수익이 보장되는 유료 결제 서비스를 포기하고 구독 모델을 도입할 유인이 부족했다. 왓챠는 웹툰과 음악, 영화, 공연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번들로 스트리밍하는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다.

김효진 콘텐츠 사업 담당 이사, 출처=왓챠


김효진 콘텐츠 사업 담당 이사는 앞으로도 다양한 왓챠 익스클루시브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왓챠 익스클루시브는 해외 유명 스튜디오 작품부터 국내엔 알려지지 않았지만 왓챠 유저라면 좋아할 만한 영화를 모은 컬렉션이다. 왓챠가 콘텐츠 마켓을 살펴보며 데이터를 바탕으로 엄선해온 작품들이다. 현재 OTT시장을 움직이는 키팩터(Key Factor)는 오리지널 콘텐츠이다. 왓챠는 대형 OTT 플랫폼 대비 자체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열세를 해결하기 위해서 좋좋소, 시맨틱에러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힘쓰고 있지만, 왓챠는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로 본다.

왓챠에서 공개될 작품들, 출처=IT동아


올해 왓챠 오리지널은 다큐멘터리 ‘한화이글스:클럽하우스’를 시작으로, 예능 ‘조인 마이 테이블’, ‘노키득존’, ‘지혜를 빼앗는 도깨비’, ‘인사이드 리릭스’ 등을 연이어 선보인다. ‘최종병기 앨리스’를 포함해 다수의 드라마 시리즈도 공개된다. 올해 총 20편의 오리지널을 공개할 예정이다. ‘킬링 이브(Killing Eve)’, ‘이어즈 앤 이어즈(Years&Years)’ 등으로 유명한 왓챠 익스클루시브 라인업도 올해 강화된다. ‘킬링 이브’ 시즌4와 훌륭한 디스토피아 드라마로 평가받는 ’스테이션 일레븐’, 인기 웹툰을 기반으로 한 로맨스 사극 ‘춘정지란’ 등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콘텐츠를 만나 볼 수 있다.

다만, 글로벌 OTT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앞으로도 왓챠 익스클루시브를 왓챠에서 스트리밍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는 곧 왓챠의 경쟁력과도 연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중요한 지적이다. 왓챠 측은 “글로벌 OTT 스튜디오도 제작한 콘텐츠를 모든 나라에 공급하진 못하고 있다. 다른 OTT와의 협력을 통해서 한국에 콘텐츠를 배급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세상엔 정말로 많은 좋은 콘텐츠가 많다. 이들 중 상당수가 한국 이용자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왓챠 데이터를 통해 좋은 콘텐츠를 찾은 뒤 수급할 것”이란 입장이다.

박태훈 CEO, 출처=왓챠


박태훈 CEO는 “사람들은 왓챠를 OTT로만 이해한다. 왓챠란 기업에 OTT는 중요한 서비스지만, 사업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설정했던 모토는 ‘모든 걸 개인화하자’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든 문화 콘텐츠에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왓챠는 앞으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히 음악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영화 OST와 유사한 곡을 추천하는 것처럼 기존 사업과 연계하는 방향이다. 매달 수만 곡의 음악이 발매되는 만큼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음악 역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다. 왓챠는 데이터를 통해선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음악과 웹툰을 짝지어 추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음악 사업을 위해서 왓챠는 몽키3 뮤직과 모모플, 블랜딩, 붕가붕가레코드를 인수했다.

왓챠는 웹툰 서비스로 다양한 콘텐츠가 유통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를 위해 김보통, 낢, 루드비코 등 웹툰 시장에서 경험과 명성을 쌓은 수십 명의 작가와 함께 일상툰과 단편/중편의 작품에 도전한다. 웹툰은 경쟁력 있는 킬러 IP가 되기도 한다. 왓챠가 선보인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에러’는 웹소설을 기반으로 웹툰화, 드라마화된 사례다. 이러한 성공모델을 이어 나가기 위해 웹툰 및 웹소설 기반 오리지널 시리즈는 계속 확대된다. 왓챠는 장르전문 스토리 프로덕션인 안전가옥에 투자했으며, 올해부터 안전가옥과 공동으로 공모전 등을 진행해 원천 IP 확보에 나선다. 지금까지 웹소설과 웹툰이 영상화되는 것이 보편적인 흐름이었지만, 왓챠를 통해선 영상을 웹툰화 웹소설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박 CEO는 “현재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NFT등 새로운 기술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왓챠도 이러한 기술적 변화에 주목해서 이를 다양한 비즈니스에 활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왓챠는 두나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NFT사업을 본격화하고, 오리지널 IP를 NFT로 만들어 공개할 예정이다. 왓챠 콘텐츠 경험을 단순히 영상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카카오벤처스 김기준 부사장이 사회자로서 질의응답 세션을 이끌고 있다, 출처=왓챠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왓챠는 왜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일까? 다양한 콘텐츠가 나와야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는 전략적인 판단 때문이다. 최근 한국 영화계는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위주로 재편됐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를 한 봉준호 감독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잘 팔리고, 돈이 되는 영화 위주로 작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신인 입장에선 등용문이 지나치게 높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감독이 있어도 투자를 받기 어렵다. 왓챠는 예술적 가치는 높지만 상업적 가치는 낮은 작품을 독점 수급하고, 영화제와 함께 협업을 해서 신인 감독과 배우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작년 왓챠상을 받은 감독은 올해 왓챠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연출을 담당하고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정연호 기자 ho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