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결합심사 결과 발표 경쟁제한 우려 노선 반납 조건 합병 승인 10년간 슬롯·운수권 이전 구조적 조치 부과 업계 “노선 줄면서 사업 축소… 경쟁력 저하·고용 유지 우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2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조건부 승인’한다고 밝혔다. 합병을 승인하면서 일부 노선에 대해서는 다른 항공사와 경쟁이 제한돼 독과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향후 해당 노선 운영권(슬롯·운수권 등)을 이전하도록 조건을 내걸었다.
해당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내 항공 산업 경쟁력이 우려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운항 노선이 줄면서 전체 사업이 축소돼 고용 유지와 서비스 질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이번 공정위 심사결과가 현재 진행 중인 해외 경쟁당국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심사결과를 수용한다”며 “향후 해외지역 경쟁당국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형항공사간 기업결합심사는 국내 첫 사례이면서 구조적 조치가 부과된 첫 조건부 승인 건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항공수요 급감 등 항공업계 불확실성이 크고 해외 주요 국가들도 관련 심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면밀하고 신속하게 심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공정위는 강조했다. 현재 싱가포르와 베트남, 대만, 터키,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뉴질랜드 등 8개 국가가 심사를 완료했고 미국과 영국, 호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6개국이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작년 1월 신고를 접수해 심사전담팀이 투입돼 관련 심사과정을 거쳤다. 시정조치의 실효적 이행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관련 협의를 진행했으며 이행감시위원회도 운영하기로 했다.
경쟁제한성이 문제되는 노선에 대해 부과된 구조적 조치는 경쟁항공사 신규진입이 이뤄져야 실제 효과가 나타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동남아와 중국 등 중단거리 노선의 경우 슬롯 외에 운수권 재분배 등을 통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정위 측은 “국내 최고 항공사로서 오랜 기간 경쟁하던 결합 당사회사들은 통합으로 인한 효익을 국내 항공운송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와 소비자편익을 높이는데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 조건부 승인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국내 유일 풀서비스항공사(FSC) 역할을 맡게 된 대한항공 경영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국내 항공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2개의 대형항공사가 결합한 통합항공사가 촘촘한 항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발휘할 수 있는 시너지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가 내건 조건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경영 자율성을 떨어뜨려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