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노동자 6명이 희생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피해자 가족 협의회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피해 보상 등에 합의했다. 또한 사고 현장에는 아파트 건물 대신 녹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안정호 피해자 가족 협의회 대표는 22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피해자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받아주시고 이해한 뒤 저희가 내민 화해와 용서의 손길을 받아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에게 감사하다”며 “민·형사상 합의와 산재 처리를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현산 측과 피해자 가족 협의회는 마지막 피해자가 수습된 8일 이후 10여 차례에 걸친 협상을 매일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렬됐다. 전날에는 가족의 요청으로 최근 사임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전 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기도 했다. 이날 합의는 전날 정 회장의 방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희생자 6명은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현장에서 일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왔다”며 “이 현장이 대립과 싸움터로 남는 것을 원치 않는다. 상생으로 거듭나서 다시 재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산업개발의 수도 없는 사과와 구조 과정에서 했던 노력을 통해 희망을 봤다”며 “가족들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동안 많은 관심을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했다.
희생자 가족 협의회에 따르면 구조물 일부가 무너진 201동 건물을 전면 철거한 뒤 그 자리에 소규모 공원을 꾸미는 방안이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향후 논의는 가족 협의회와 현대산업개발, 관계 기관 등이 참여하는 가칭 ‘화정아이파크 상생협의회’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영업손실 피해를 본 인근 주상복합상가 입주 상인회,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도 상생협의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가족협의회는 “가족협의회는 녹지 공간이 안전한 사회 만들기를 다짐하는 도심 속 쉼터로 기능하기를 바란다”며 “비석 등 추모 시설 조성은 원하지 않고 있으며 현대산업개발 측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1월 11일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단지 201동 외벽 38층부터 23층까지 일부 무너져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이 숨졌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