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끄는 대표적인 키워드는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 의료 등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바탕이 되는 것이 이른바 ‘소부장 기업’으로 불리는 소재 및 부품, 장비 관련 업체들이다. 정부에서도 그 중요성을 알고 소부장 기업 육성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20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부장 스타트업 100’ 사업이다. 유망한 소부장 스타트업을 5년간 100개를 선정, 사업화자금 및 멘토링, 사업 연계 등을 지원한다.
㈜딥엑스의 김녹원 대표 (출처=IT동아)
이와 관련, 기업 발굴 및 육성 전문 기관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2년간 소부장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소부장 스타트업 지원 및 관리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주)딥엑스(DEEPX) 역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소부장 협약기업 중 하나다.
딥엑스의 김녹원 대표는 어린시절부터 컴퓨터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었으며, 자신이 꿈꾸던 새로운 컴퓨터를 직접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학창시절 친구의 집에 있던 286 컴퓨터가 무척이나 대단해 보였다. 대학에 진학해 ‘컴퓨터 구조’에 대한 수업을 듣고 '언젠가 내가 만든 컴퓨터를 내가 사용하고 싶다'라는 꿈을 갖게 되었다. 이 꿈이 본인을 컴퓨터 하드웨어 개발자가 되도록 이끌었다.”
그는 세계 최고의 글로벌 IT 기업을 거치며 엔지니어로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고 시스템 반도체 및 프로세서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결과물도 내놓았다. 이후, 자신이 새롭게 꿈꾸게 된 미래의 혁신적인 컴퓨터 기술 개발에 도전하기 위해 딥엑스를 설립했다고 강조했다.
“IBM, 시스코, 애플 등을 거치며 열심히 일했다. 애플 제품에 탑재된 프로세서의 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기술 혁신에 한 몫을 했다고 자부한다. 이제는 스스로 독자적인 혁신을 주도하고자 2018년 2월, 딥엑스를 설립했다. 국내에서 최첨단 시스템 반도체의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이다. 퀄컴의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코드 분할 다중 접속) 기술, ARM의 CPU 및 관련 IP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기존의 프로세서 중 CPU는 모든 수식을 처리할 수 있는 높은 범용성을 갖췄지만, 3D 그래픽 데이터 처리는 GPU와 같은 전용 프로세서가 훨씬 빠르게 처리한다. NPU는 이에 한발 더 나아가 AI 처리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다. 인텔의 CPU, 엔비디아의 GPU에 비하면 범용성이 낮지만 인공지능 연산 처리에서는 독보적인 효율을 제공한다.”
NPU는 AI에 특화된 프로세서로, 인간의 두뇌처럼 학습하고 인식해 결과를 도출한다 (출처=딥엑스)
김녹원 대표는 NPU의 이러한 특성이 처리 속도를 높일 뿐 아니라 경제성 및 전력 효율 면에서도 이득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거리 CCTV 영상을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자동차만 혹은 사람만 인식한 후 해당 영상을 따로 자동 편집하는 AI 연산 작업이 있다. 이때 NPU를 이용하면 낮은 전력으로도 연산 처리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GPU 같은 기존 프로세서를 이용해 최신 인공지능을 구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비용도 수천불이 들 것이고 전력 소모도 수백 와트가 될 것이다. 딥엑스의 NPU로는 불과 1~2W(와트) 이하의 전력을 소모하면서 수십 불 이하의 비용으로 해당 AI연산 처리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엣지 디바이스 시장은 고객마다 애플리케이션마다 각기 다른 성능과 다른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구동되길 원한다. 우리의 NPU는 특정 앱에 최적화된 고객 맞춤형 AI를 구현할 수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나 드론, 가전, 보안, 감시 카메라 등 다양한 엣지 디바이스 응용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김녹원 대표는 이러한 NPU의 특성이 시대의 변화 속도를 한층 높일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의 NPU는 가격이나 소비 전력, 그리고 크기 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이러한 기술이 성숙화 되면 예전에는 서버 수천대를 동원해야 구현이 가능했던 ‘알파고’ 같은 수준의 인공지능을 모바일 디바이스 한 대에 여러 개를 넣고 다니는 시대가 올 것이다. 딥엑스의 기술 개발은 30년 정도 걸릴 변화를 10년 이내로 앞당기는 것이다”
딥엑스는 현재 각 고객의 요구에 최적화된 몇 가지 칩을 개발하고 상용화 및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파트너사와 협력이 진척되는 상황도 순조롭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에 삼성 파운드리의 5nm, 14nm, 28nm 공정을 사용하여 4개의 시제품을 내놓아 고객사에게 공유하고 양산할 계획이다. 이러한 다중의 시제품 라인을 가지고 이미 전세계 수백 개 기업과 의견을 교환했고 유력한 100여군데의 기업과 상용화하는 협력을 논의하는 중이다. 특히 공개할 수 없지만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알 만한 국내외 20여개 글로벌 기업이 우리의 시제품을 평가해 보고 양산 제품의 개발 추진을 타진하기 위해 올해 말을 기다리고 있다.”
김녹원 대표는 딥엑스가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로 원천기술에 대한 높은 기대와 그 실현 가능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딥엑스 NPU의 아키텍처(architecture, 시스템의 기본적인 설계방식)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로 작년까지 관련 특허만 해도 85건이다. 최신 DNN 알고리즘 지원, 세계 최고 수준의 AI 정확도 구현,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성능비 구현이 목표이고 올해 시제품을 통해 입증하고자 준비 중이다. 딥엑스 NPU는 ‘Yolo X’라는 5개월 전 Achieve에 공개된 DNN 알고리즘을 세계 최초로 NPU에 이식해 시제품 환경에서도 실시간 연산 처리를 입증하는 데모를 공개했다. 앞으로 새로운 AI 알고리즘이 공개될 때마다 어느 경쟁사 보다 더 빠르게 이를 지원할 수 있는 NPU 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그리고 딥엑스의 NPU는 원본 AI 알고리즘 수준의 인공지능 정확도를 실현하는 솔루션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경쟁사는 객체 인식용 AI 알고리즘인 Yolo 계열에서 원본 대비 약4~5%의 인공지능 정확도가 낮아진데 반해, 딥엑스 기술은 0.4 ~ 0.2%만 열화 되어 부동소수점 32비트 데이터 표현을 사용하는 원본 알고리즘 수준의 정확한 인공지능을 실현할 수 있다. 특히, 몇몇 AI 알고리즘에서는 딥엑스 NPU가 원본 대비 인공지능의 정확도가 상승한 결과가 입증되어 글로벌 고객사들도 놀라워했다. 딥엑스는 창사 이래 변함없이 전력소모 대비 연산 성능비와 가격 성능비에서 세계 최고 NPU 원천기술 개발을 지향해 왔다. 올해는 그 첫 번째 결실을 내놓는 큰 의미가 있는 해이다.”
딥엑스 역시 창업 초기에는 스타트업이라는 한계 때문에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추진하는 ‘중소벤처기업부소부장 스타트업 100’ 사업을 통해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소부장 협약기업 등과 같은 정부 주도 프로그램 등에 선정된 것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는 점도 밝혔다.
“딥엑스는 처음에 이름도 생소한 신생 기업이었다. 하지만 정부기관에서 우리를 유력기업으로 선정해 준 것 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각종 관련 지원 기관, 고객사 및 투자자들과 만남을 주선해주고 연구 과제를 제공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실질적인 협조도 많이 받았다. 특히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스타트업을 잘 이해하는 기관이라서 기업 운영 전반의 노하우가 부족한 초보 기업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도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딥엑스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성장하여 보답하고자 한다.”
딥엑스가 그동안 수상한 각종 상패 (출처=IT동아)
현재 딥엑스는 창업 초기의 어려움을 벗어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를 증명하듯 다양한 관련 기관에서 상훈과 투자를 받고 있다고 김녹원 대표는 밝혔다.
“지금은 많은 곳에서 우리의 기술을 높이 평가해 주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회포럼 등 정부기관과 다양한 국내 언론 매체에서 받은 상만 수십개가 되는 것 같다. 작년 4월에는 21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김녹원 대표는 딥엑스의 AI 반도체 원천기술이 해당 분야에서 국가경쟁력이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국의 최첨단 기술 제품을 제조하는 기술 역량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AI 시대가 열린 지금, 한국 산업이 이제는 전세계가 도전하는 최첨단 분야에서 경쟁하여 원천기술을 도전하여 한 단계 더 도약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딥엑스는 실리콘밸리 수준의 시스템 반도체와 프로세서 기술 개발 방법론을 기반으로 국내의 유능한 인재들의 헌신적인 연구개발에 힘입어 성공으로 향하고 있다. 언젠가는 제가 과거 몸담았던 세계 혁신을 이끌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들처럼 딥엑스가 외계인의 기술을 갈아 넣고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날이 오기를 한 명의 엔지니어로써 소망한다.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리드하는 초일류 국가가 되는데 기여하고자 딥엑스와 그 구성원들이 도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주시기 바란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