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국내 40개 노선 ‘경쟁 제한’…운수권-슬롯 반납 조건 내걸어 업계 “신규항공사 진입 어렵고 일부 노선반납은 실효성 의문”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을 달아 승인했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결합하면서 시장지배력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국제선·국내선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특정 시간에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을 다른 항공사가 요청하면 반납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22일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를 통해 두 회사 통합으로 국제선 노선 총 65개 중 미주 노선 5개, 유럽 노선 6개를 포함한 26개 노선, 국내선 노선 22개 중 14개 노선에서 시장지배력이 과도하게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쟁제한성이 있다는 뜻은 두 회사 결합으로 다른 항공사와의 공정한 시장 경쟁이 불가능해지고 가격이 오르는 등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해당 국제·국내 노선에 신규 항공사가 진입하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을 할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슬롯을 반납하라고 시정조치했다. 두 항공사가 반납해야 할 슬롯의 상한은 두 회사 혹은 한 회사의 점유율 50%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공정위는 또 이러한 운수권과 슬롯 반납 조치가 완료되기 전까지 운임 인상을 제한하고 공급 좌석 수 축소를 금지했다. 또 합병 회사는 좌석 간격, 무료 기내식, 무료 수하물 등의 서비스 품질도 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항공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일부 조치에 대한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문제는 삼는 노선이 김포∼하네다와 인천∼몽골 노선 등이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1월 한-몽골 항공회담을 통해 주 6회에서 주 3회 운항을 추가해 ‘주 9회’ 운수권을 확보했다. 기존 대한항공(6회) 노선 외의 주 3회 추가 운수권은 경쟁 끝에 아시아나로 돌아갔고 대한항공의 29년 독점이 깨졌다. 그런데 공정위는 “인천∼몽골 노선은 ‘몽골항공’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어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하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이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던 2019년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김포∼하네다 노선도 논란의 대상이다. 공정위는 김포∼하네다 노선을 인천∼하네다 노선과 같은 시장으로 보고 경쟁제한성을 판단했다. 한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서울과 인천이 거리는 가까워도 도심으로의 진입성이 차이가 난다. 탑승률도 높아 모두가 원하는 김포∼하네다 노선을 100% 대한항공에 밀어준 꼴”이라고 말했다.
또 운수권이 필요한 유럽 등의 노선에 새로 진입할 신규 항공사가 사실상 없다는 것도 문제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새로운 항공사가 진입하기 어려울 수 있기에 운임 인상 제한, 공급 축소 금지 등의 조치를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기업 결합을 위해선 유럽연합(EU)과 미국, 중국, 일본 등의 결합 심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