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군 파병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온 일촉즉발 상황에 들어섰다. 푸틴 대통령은 해당 지역의 친(親)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세운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독립을 승인한 직후 러시아군 투입을 공식화했다. 국제사회는 두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고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경제 제재에 착수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대사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보전 침해를 이유로 러시아를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돈바스 내 러시아군 진입은 러시아와 서방 사이 대규모 전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리스 영국 총리도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국방장관에게 “LPR, DPR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라”고 명령했다. 15일 푸틴 대통령이 돌연 “돈바스에서 집단학살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 뒤 러시아 국영매체들이 잇따라 돈바스 지역 포격과 이로 인한 민간인 사망, 테러, 폭발 등 일방적인 보도를 내놓더니 기습적으로 파병을 발표한 것.
로이터 등 외신은 푸틴 대통령의 군 투입 지시 뒤 돈바스 내에서 러시아군으로 추정되는 탱크와 장갑차 곡사포 등 군사장비 행렬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방송 RTVI도 러시아군 호송대가 도네츠크 시내 거리에서 이동 중인 모습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은 NSC 회의 뒤 독일 프랑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연쇄 통화를 하고 러시아 제재와 별도로 DNR, LPR에 대한 투자·무역·금융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회의에서 “그(푸틴 대통령)는 평화유지군이라고 불렀지만 이는 허튼소리”라며 “우리는 그들이 정말로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은 존중돼야 한다”며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에 대한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적 제재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러시아 규탄을 밝히지는 않았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