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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윤미향·이상직·박덕흠 제명 논의 증발, 쇄신 않겠다는 뜻

입력 | 2022-02-23 00:00:00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 국회 제 11차 본회의에 무소속 박덕흠(오른쪽 맨 윗줄부터 아래로), 이상직, 윤미향 의원이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이상직,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 제명안의 대선 전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세 의원 징계안은 14일 국회 윤리특위 소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소위가 열리지 않아 후속 절차는 아예 멈춰버린 상태다. 이들을 제명하려면 윤리특위 소위와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산 넘어 산’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달 25일 세 의원을 제명하는 카드를 꺼낸 것은 정치 쇄신안의 일환이었다. 송 대표는 속전속결로 대선 전에 세 의원 제명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러나 사전에 충분한 의견수렴이나 소통 없이 밀어붙이다 보니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윤 의원은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제명안을 철회해달라는 구명 로비까지 했다고 한다. 정치 쇄신을 추진하는 시늉만 한 뒤 없던 일로 뭉개버리는 ‘정치 쇼’였던 셈이다.

국민의힘도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그동안 박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은 극히 미온적이었다. 박 의원은 가족회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계약을 따내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자 2020년 9월 자진 탈당했다가 15개월 만에 슬그머니 복당했다. 제명안이 무산된 데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윤 의원에 대한 소극적 태도 때문”이라고 했지만 남 탓만 할 일은 아니다.

헌정 사상 국회의원 제명은 43년 전 유신정권 말기 김영삼 전 신민당 총재 사례가 유일하다. 그동안 각종 비리를 저지른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 논의는 있었지만 실제로 제명까지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여야의 태도를 보면 이번에도 흐지부지되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 여야가 싸우면서도 공통의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서로 돕는 적대적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세 의원 제명안 처리가 무산되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더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