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골목길 빼곡 소품숍 즐겁고, 독립서점 거리선 독특한 책 만끽

입력 | 2022-02-23 03:00:00

[메트로 스트리트]〈7〉 연남동 미로길-문화카페길
동진시장 인근 미로 닮은 골목길, 문구류 소품숍-디자이너 쇼룸 즐비
젊은 작가들의 수공예 작품 큰 인기
독립서점들 모인 문화카페길엔 시-여행-그림책 등 전문서점 가득



청년들이 서울 마포구 연남동 미로길에 위치한 한 소품숍을 구경하고 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다꾸(다이어리 꾸미기)’가 인기 취미활동으로 자리매김하자, 작가들이 제작한 디자인 문구를 파는 소품숍이 밀집된 이 거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꾸미기’ 열풍이 불고 있다. 다꾸는 ‘다이어리 꾸미기’의 줄임말인데, 스티커나 스탬프 같은 ‘다꾸템’을 이용해 다이어리를 꾸미는 사람들을 ‘다꾸러’라고 부른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미로길’은 꾸미기 덕후 사이에서 ‘성지’로 통한다. 작은 디자인 문구를 파는 소품숍들이 골목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가까운 곳에 ‘문화카페길’도 있다. 독립서점에서 커피나 와인을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어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다꾸러들의 성지 ‘미로길’

2호선 홍대입구역과 경의중앙선 가좌역 사이를 잇는 ‘경의선숲길’에는 골목마다 소품숍이 즐비하다. 숲길을 가로질러 500m 정도 걷다 보면 ‘동진시장’이 나타난다. 시장을 둘러싼 골목길이 ‘미로 같다’고 해서 하나둘 ‘미로길’이라고 부르다 어느새 그게 정식 명칭이 됐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동진시장은 한동안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하지만 2014년 젊은 수공예 예술가들이 모여 플리마켓(벼룩시장)을 열었고, 주변 골목에는 소품숍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플리마켓은 운영이 중단됐지만 소품숍에는 여전히 손님들이 가득하다.

소품숍마다 운영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인기 숍인 ‘무유무유’ ‘오월상점’ ‘말랑상점’ ‘메이드바이’ 등은 여러 작가들이 입점해 상품을 판매한다. 홈페이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입점 작가 라인업도 수시로 알려준다.

개인 디자이너가 하는 작업실 겸 쇼룸도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이공의 ‘스탠다드러브댄스’, 이혜영의 ‘온유어마인드’, 고양이를 그리는 작가의 ‘별냥이제작소’ 등이 그렇다. 기자가 찾은 18일은 평일인데도 퇴근시간이 약간 지나자 가게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테마별 소품숍도 있다. ‘지구샵’은 친환경소품을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 편집숍이다. ‘고양이가 있는 액자가게’는 고양이와 관련된 소품을 모아뒀다. 예전부터 공방들이 많았던 동네라 그릇, 향수 등을 만들고 판매하는 가게도 많다 보니 집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인 장소다.

독특한 독립서점 모인 ‘문화카페길’

색다른 독립서점이 많은 ‘문화카페길’은 동진시장을 경계로 미로길과 마주보고 있다. 독립서점은 개인 등이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기획·편집·인쇄해 제작한 ‘독립출판물’을 선보이는 곳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을 ‘인디북스’라고 한다.

인디북스 중에는 대형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책이 많다. ‘헬로인디북스’는 2014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의 터줏대감이다. 아담한 서점이지만 늘 사람들로 붐빈다.

이곳 서점들의 또 다른 특징은 ‘큐레이팅’이다. 서점 운영자가 직접 좋은 책을 골라 전시하는 만큼 운영자의 취향이 반영된 이색 서점이 많다. ‘그림책방 곰곰’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을 판매한다. ‘아침달’은 시 전문 서점이며, ‘책크인’은 여행서적을 주로 판다. ‘서점 리스본&포르투’는 ‘생일책’으로 유명하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366개의 생일책이 있고, 책마다 그 날짜에 태어난 작가의 작품 등이 담겨 있다. 개중에는 와인이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독서공간을 구비한 곳도 있다.

인근에는 ‘경의선 책거리’도 있다. 기차 모형을 본떠 만든 부스마다 출판사가 한 곳씩 입점해 있는데, 매달 다양한 체험행사를 한다. 술을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점 겸 바 ‘책익다’와 독립서점 ‘책방연희’ 등이 유명하다. 멀지 않은 곳에 44년째 신촌을 지키고 있는 ‘글벗서점’과 1999년 문을 연 ‘숨어있는 책’ 같은 헌책방도 있다. 누군가는 추억을, 청년들은 레트로 감성을 흠뻑 느낄 수 있는 명소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