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산업2부
주말 아침 샤넬 오픈런 취재를 위해 찾은 백화점 앞에는 두 개의 줄이 있었다. 샤넬 매장 입장을 위해 대기번호를 받으려고 늘어선 ‘샤넬 줄’과 다른 브랜드 고객들을 위한 ‘일반 줄’이었다. 정문 앞에서 시작된 줄은 건물 모퉁이를 돌아 인도를 점령한 뒤 한 번 더 꺾여 이어졌다. 겨우 받은 대기번호 76번의 입장 순서는 7시간 뒤에야 찾아왔다.
동아일보가 한국경제연구원과 함께 국가별 샤넬백 가격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25개국 중 4번째로 가격이 높았다. 한국의 클래식 플랩백(미디엄)은 아시아에서 제일 비쌌다. 프랑스보다 70만 원, 홍콩보다 120만 원 비쌌다. 샤넬은 가격을 올릴 때마다 지역별 가격 차이를 줄이겠다는 자체 용어인 ‘조화로운 가격 정책’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인상 폭만 봐도 한국(153만 원)이 미국(1000달러), 유럽(950유로)보다 각각 39만 원, 25만 원 더 높았다.
가격보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건 샤넬 매장의 풍경이었다. 한나절을 기다려 입장한 고객에게 사과는커녕 다른 매장의 재고나 입고 시기 모두 ‘모르쇠’로 일관했다. 인기 가방은 매장에 전화를 해도 재고를 알려주지 않는다. 무조건 매장에 나오라는 것이다.
샤넬 창업자 가브리엘 샤넬 여사는 “명품은 편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럭셔리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다른 국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도 불친절한 안내와 오픈런을 감수해야 하는 2022년 대한민국 소비자에게 이 말이 유효하다고 할 수 있을까. 여성팬츠, 숄더백처럼 고객의 삶을 중시한 디자인으로 관습에 도전했던 샤넬 여사처럼 오늘의 샤넬도 고객을 진정 존중하는 명품의 품격을 보여주길 바란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