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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무슨 말인지 몰라 못 풀겠어요”…초중생 문해력 ‘빨간불’

입력 | 2022-02-23 08:05:00


#초등학교 3학년 조카를 돌보는 이모(51·여)씨에게 문제집 채점은 쉬운 일이 아니다. 틀린 문제보다 별표 친 문제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씨는 “똑같은 유형의 문제를 어떤 건 맞고 어떤 건 별표를 쳤길래 물어봤더니 문제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10년 전 자녀를 키울 때랑 비교하면 학습량이 적은 것도 아닌데 유독 이해력이 부족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2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학부모들 사이에선 자녀의 문해력이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문해력이란 문자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디지털과 인터넷에 익숙해진 이후 꾸준히 지적돼온 ‘문해력 부족’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심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학부모 A씨는 최근 자녀의 수학학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이가 시험을 치는데 문제가 무슨 말인지 몰라 못 풀었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코로나 이후 아이들 문해력이 대체로 낮아졌다면서 특별한 일은 아니라고 A씨를 안심시켰다. A씨는 “처음 듣는 얘기에 순간 얼음이 됐다”며 “선생님도 분명 수학 문제를 풀긴 푸는데 수학 시간인지 국어 시간인지 모르겠다고 하신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얼마 전 수학학원 설명회에 참석했다가 한자 공부와 독해 공부를 시키라고 권유받았다. B씨는 요즘 애들 문해력이 떨어져서 수학 문제를 못 푸는 경우가 많다면서 같이 시키면 좋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문해력 저하가 심화된 데는 코로나19 영향도 있다. 등교 제한으로 교사가 아이들의 문해력 수준을 파악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여기에 온라인 학습의 보편화로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와 영상을 가까이하는 반면 은연중에 문자를 거부하는 경향을 보인다. 영어교사 C씨는 “e학습터, 유튜브 등 영상 매체로 접하는 게 많다 보니 아이들이 거의 독서를 안 한다”며 “지문을 해석하다 ‘장인’, ‘장모’가 나왔는데 뜻을 모른다. ‘경기 침체’라는 단어를 달달 외워서 해석은 했는데 뜻을 몰라 엉뚱한 답을 하기도 한다. 난감하다”고 했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현상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읽기 영역 평균 학업성취도는 2009년 539.29점에서 2018년 515.72점으로 23.57점 하락했다.

연구진은 “한국은 읽기 영역 평균 점수가 2000년 시작된 조사 이래 지속해서 하락 추세에 있고, 한국 학생들은 복합적 텍스트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 학생들은 교과서에 단원별로 수록된 읽기 지문을 꼼꼼하게 분석해 읽는 데 익숙하다. 이는 텍스트를 스스로 선정, 분석, 평가하면서 읽기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독서와는 거리가 멀다”며 “다양한 매체에 구현된 다양한 양식의 텍스트를 포괄하는 문제 해결적 읽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