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걸스데이’ 이혜리(28)는 사극 틀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다.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2018)로 사극 맛을 봤지만, 겹치는 부분이 없었다. 무엇보다 KBS 2TV 월화극 ‘꽃피면 달 생각하고’ 상대역인 유승호(29) 조언은 큰 힘이 됐다. 아역 탤런트 출신인 데다가 “사극 베테랑인 만큼 함께 해 든든했다”고 돌아봤다.
“초반에 극본 리딩할 때 사극 연기 관련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승호가) ‘사극 연기는 이렇다’는 구체적인 팁을 줬으면 걱정이 컸을텐데, 자신있게 할 수 있게끔 조언을 많이 해줬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장점과 걱정되는 부분을 얘기해줬다. 1회 엔딩신을 초반에 찍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이미 관계가 쌓여있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잘 맞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맨스 호흡은 별 다섯 개 중 4개 반을 주고 싶다.”
이 드라마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주령의 시대, 밀주꾼을 단속하는 원칙주의 감찰 ‘남영’(유승호)과 술을 빚어 인생을 바꿔보려는 밀주꾼 ‘강로서’(이혜리)의 로맨스다. “소재가 신선해 극본을 순식간에 읽었다”며 “극 재미와 캐릭터 매력 균형이 잘 맞았다”고 짚었다. 로서는 양반이지만 소탈하고 솔직해 “그 시대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판단했다. 퓨전 사극이고 조선시대 금주령을 배경으로 해 고민이 적지 않았다. 로서가 그 시대 범법 행위를 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득력있게 보일까?’ 연구했다.
‘이혜리에게 술은 어떤 존재냐’는 질문엔 “로서와 비슷하다”며 “술은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과 더 가까워지게 만들어주는 매개체”라고 답했다. “술은 특별한 날에도 필요한 존재다. 너무 속상한 일이 있을 때도 (술을 마시면) 기분이 나아지지 않느냐”면서 “난 술을 좋아하는데 잘 못 마신다.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진다. 요즘은 화이트 와인을 좋아해서 식사할 때 한 잔씩 마신다. 한 잔만 마셔도 충분하다”고 했다.
꽃 피면 달 생각하고는 1회 시청률 7.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했지만, 16회 5.9%로 막을 내렸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중계 여파로 결방 해 흐름이 끊겼다. “연기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올림픽을 정말 사랑한다. 나도 화내고 울면서 봤다. 내 드라마 보다 더 울면서 봤다”고 귀띔했다. 마지막 회에서 남영이 로서에게 청혼하며 행복한 결말을 맺었다. 권선징악은 ‘너무 뻔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이 드라마에는 필요한 결말”이라고 짚었다. “1·16회 엔딩이 수미상관 구조로 돼 비교해서 봐도 재미있다”며 “첫 회를 생각하며 촬영했다. 굉장히 예쁘게 나와서 만족했다”고 설명했다.
주위 모니터링과 조언 등도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남자친구인 영화배우 류준열(36)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두 사람은 2017년부터 5년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제일 궁금해 하는 질문 같은데 민망하다”면서도 “많은 응원을 해주고 있다. 감사하다. 이번 드라마도 재미있게 봐줘서 힘이 났다”며 고마워했다.
“이 작품을 통해 ‘좀 더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생겼다”며 “‘어떻게 하면 인물이 매력적으로 보일까?’ 고민도 많이 하고 더 진지해졌다”고 털어놨다. 액션신도 많았다며 “뛰고 구르고 총도 쏘고 점점 로서가 강해졌다. 생각보다 몸을 잘 써서 칭찬도 들었다. 칭찬을 받으면 더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고 덧붙였다.
이혜리는 2010년 걸스데이 멤버로 데뷔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2016)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덕선’ 이미지를 깨지는 못했다. ‘딴따라’(2016) ‘투깝스’(2017~2018) ‘청일전자 미쓰리’(2019), 영화 ‘판소리 복서’(감독 정혁기·2019) 등에서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올해 세운 목표 한 가지가 있다. ‘건강하게 살자’다. 요즘 필라테스를 다니고 있는데, 스스로 운동을 하니 뿌듯하다. 30대가 빨리 다가올 줄 몰랐고, 왠지 모르게 1월1일 새해를 맞는 기분이 든다. 다들 ‘서른 살 돼도 별거 없어’라고 하지만, 설렌다. 30대를 잘 맞으려면 건강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도 보는 분들이 공감하고, 긍정적인 기분이 드는 작품을 하고 싶다. 같이 웃고 같이 슬픔을 나누고 싶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