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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세 강제징용 피해자, 日기업 상대 배상 소송 기각

입력 | 2022-02-23 10:48:00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인 김한수(104) 할아버지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1심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이번에도 김 할아버지 등이 법이 정한 소멸시효를 지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는 김 할아버지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같은 날 이 판사는 강제징용에 동원됐다가 사망한 박모씨의 유족이 일본 기업 쿠마가이 구미를 상대로 제기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두 사건 모두에서 “원고의 소송을 기각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후 피해 당사자나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이어지고 있지만, 1심 법원은 잇따라 기각 판결을 내놓고 있다.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이미 지났다는 논리다.

기각 판결을 내린 재판부들은 대법원이 “개인청구권이 한일협정청구권으로 소멸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놓은 2012년 5월이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의 기산일이라고 본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첫 대법원 판결 후 파기환송과 재상고 과정을 거쳐 2018년 5월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소멸시효 기산일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패소한 김 할아버지 등은 2019년 4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이기 때문에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 소송을 제기한 것이 된다.

김 할아버지 등을 대리한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2018년 최종 판결이 있기까지 강제동원 피해에 대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정리돼 있지 않았다”며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김 할아버지 등 당사자 의견을 들어본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 1944년 8월께 목재를 실어 나른다는 설명을 듣고 회사 트럭을 타고 갔다가 집에 연락도 하지 못하고 청년 200여명과 함께 미쓰비시조선소에서 강제징용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할아버지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강압적인 규율을 받으며 생활했고, 작업 중에 사고를 당했지만 병가를 받지 못해 다음날에도 출근해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1945년 8월9일 공장에서 작업 중 나가사키 원폭투하로 피폭을 당했지마 목숨을 건지고 같은해 10월20일께 동료들과 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