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 당사자인 김한수(104) 할아버지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1심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이번에도 김 할아버지 등이 법이 정한 소멸시효를 지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는 김 할아버지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같은 날 이 판사는 강제징용에 동원됐다가 사망한 박모씨의 유족이 일본 기업 쿠마가이 구미를 상대로 제기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두 사건 모두에서 “원고의 소송을 기각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기각 판결을 내린 재판부들은 대법원이 “개인청구권이 한일협정청구권으로 소멸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놓은 2012년 5월이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의 기산일이라고 본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첫 대법원 판결 후 파기환송과 재상고 과정을 거쳐 2018년 5월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소멸시효 기산일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패소한 김 할아버지 등은 2019년 4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이기 때문에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 소송을 제기한 것이 된다.
김 할아버지 등을 대리한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2018년 최종 판결이 있기까지 강제동원 피해에 대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정리돼 있지 않았다”며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김 할아버지 등 당사자 의견을 들어본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 1944년 8월께 목재를 실어 나른다는 설명을 듣고 회사 트럭을 타고 갔다가 집에 연락도 하지 못하고 청년 200여명과 함께 미쓰비시조선소에서 강제징용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45년 8월9일 공장에서 작업 중 나가사키 원폭투하로 피폭을 당했지마 목숨을 건지고 같은해 10월20일께 동료들과 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