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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호 단장 “강소특구 기반 다진 홍릉, 2022년 글로벌 메디클러스터로”

입력 | 2022-02-23 10:55:00


2020년 8월, 서울 동대문구 홍릉 일대에 서울시의 유일한 ‘강소연구개발특구’가 만들어졌다. 지역 내 혁신 기술을 가진 기관들이 모여 기술 창업을 활성화하고, 혁신 성장 플랫폼을 만드는 클러스터(같은 산업군 내의 기관과 기업이 한 지역에 모여 상승 효과를 내는 산업집적단지)다.

홍릉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고려대학교와 경희대학교, 서울바이오허브 등 굴지의 의료 바이오 산학연이 모여 있다. 의료 임상 실험을 돕고 의료인과의 상생 네트워크를 만들 고려대학교·경희대학교 병원도 힘을 더한다. 투자 유치를 도울 금융 기관은 홍릉에 합류해 300억 원 규모의 AC, VC 펀드를 만들었다.

최치호 홍릉 강소특구 단장. 출처 = 홍릉 강소특구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의 창업과 성장,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을 이끌 가치 사슬이 만들어졌다. 예비 창업자와 의사 160여 명이 창업의 꿈을 품고 홍릉 강소특구에 모였다. 한국콜마와 대웅제약,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등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을 도울 앵커 기업도 속속 합류했다.

홍릉 강소특구는 교육·코칭·투자로 바이오 스타트업의 기술 창업을 돕는 그랜드-K(Grand-K), 주요 대학교와 함께 의료 바이오 전문가를 키우는 산학연 연계 과정을 만들었다. 다른 강소특구와 상승 효과를 낼 강소특구-바이오 클러스터 연계 프로그램도 구축했다.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 미국 보스턴 등 세계 주요 메디클러스터와 핫라인도 설치했다. 토종 바이오 스타트업 K2B테라퓨틱스가 세계 메디클러스터의 중심지인 미국 보스턴의 랩센트럴에 둥지를 틀었다. 모두 홍릉 강소특구가 1년 여만에 거둔 성과다.

홍릉 강소특구를 이끄는 최치호 단장을 다시 만났다. 그는 2021년을 ‘글로벌 메디클러스터로 발전할 기반을 다진 해’로 소개했다. 이어 2022년은 '이 기반에서 태어난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열매를 맺을 해'라고 강조했다.

메디클러스터를 소개하는 최치호 단장. 출처 = 홍릉 강소특구


밝은 부분이 있으면 어두운 부분이 있듯, 홍릉 강소특구가 항상 좋은 성과만 낸 것은 아니다. 최치호 단장은 지난해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을 이끌 실무 인재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 것, 지식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강한 비공식 조직을 다양하게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에 실무 인재는 필수다. 기술이나 경험을 가진 연구 인재도 중요하지만, 세계 각국의 의료 법률, 인허가 방법과 촘촘한 규제를 잘 아는 실무 인재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해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이 실무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 격이다.

홍릉 강소특구는 올해 서울시의 예산을 지원 받아 실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한다. 해외의 선진 의료 바이오 실무 인재 교육 프로그램을 참고해, 학생부터 스타트업 재직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이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꾸민다.

병원과 기업간 상생 오픈 플랫폼도 올해 더욱 충실하게 다듬는다. 병원이 원하는 기술, 제품을 제조 기업이 만든다. 여기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 확보, 임상 실험과 규제 통과 절차 등을 병원이 돕는다. 병원과 기업이 기술, 인재를 자유롭게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 또 성과를 낼 플랫폼의 기반은 이미 닦였다. 여기에 전문 지원 조직과 예산을 더하고, 서울 아산병원을 포함한 외부 기관을 유치해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의 앵커 기업, 대웅제약과의 MOU 현장. 출처 = 홍릉 강소특구


메디클러스터로서 생활 밀착형 헬스케어 기술도 실증에 임해 시민들이 체감하도록 한다. 올해 서울시가 운영할 사회 취약 계층, 고령자의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에 홍릉 강소특구가 참여한다.

움직이기 불편한 환자나 병원 방문을 꺼리는 시민에게 모니터링용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를 지급한다. 이 기기로 심박수나 혈당 등 신체 데이터를 수집해 심장 질환이나 당뇨를 관리한다. 고령자에게는 인공지능 헬스케어 기기를 지급한다. 이 기기는 환자와 대화를 나누며 우울증, 정신 질환 등을 진단하고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병원이 지금까지 쌓은 환자들의 데이터에 위의 신체 혹은 대화 데이터를 더하면, 시민 건강 관리 서비스의 품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데이터를 헬스케어나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에 공개해 혁신 의료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지도록 돕는 역할,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임상 실험을 돕는 역할, 의료 제품과 서비스가 해외에 진출할 때 규제나 법률에 부딪히지 않도록 돕는 역할 모두 홍릉 강소특구가 맡는다.

서울테크노파크와의 MOU 현장. 출처 = 홍릉 강소특구


홍릉에서 탄생한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의 세계 경쟁 역량을 높일 협업 모델도 만든다. 디지털 헬스케어 강국인 싱가포르와 만들 기업 공동 육성 프로그램이 그 예다. 우리나라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을 싱가포르에 보내 그 곳에서 성장하고, 세계 규모 투자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받도록 돕는다. 이렇게 성장한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은 우리나라로 돌아와 홍릉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 것이다.

중국 투자 회사와의 오픈 이노베이션(기업이나 산업계가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 것)도 시도한다. 우리나라의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이 중국에 진출하거나 투자를 받도록 매칭 데이를 열 예정이다.

메디클러스터의 대명사, 미국 보스턴과의 협력 관계도 더욱 강화한다. 홍릉의 기술 창업 역량, 보스턴의 의료 바이오 기업 창업·성장 역량을 융합한 글로벌 사업가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미국 현지의 대규모 투자 유치와 지사 설립 지원을 받는다. 규모가 큰 선진 시장에서 더 큰 성장을 이루도록 돕는다.

지역 강소특구와 연계 방안을 마련 중인 홍릉 강소특구. 출처 = 홍릉 강소특구


홍릉 강소특구는 이 모든 협업 모델을 우리나라의 다른 강소특구들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의료 바이오 산업과 궁합이 잘 맞거나, 함께 성장할 만한 장점과 역량을 갖춘 클러스터와 연합해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얻은 과실은 함께 나누고 또 함께 성장한다.

최치호 단장은 홍릉 강소특구를 융합형 클러스터로 소개한다. 클러스터는 대부분 유사한 산업이나 기업의 혁신 주체 위주로 파트너를 모은다. 그러면 빠르게 성장 가능하지만, 쇠퇴기도 금방 찾아온다. 융합형 클러스터는 산업 경계를 뛰어넘어 지식을 확산·융합하며 완전히 새로운 기술과 사업 모델, 시장을 만든다. 지역 내 산학연이나 다른 클러스터와 연합해 장점을 융합하고 지속 가능한 혁신 모델을 꾸준히 만든다. 그러면 쇠퇴하지 않고 꾸준히 혁신을 이루며 발전 가능하다.

지금까지 세계 산업계의 경쟁을 이끈 것은 기업이었다. 앞으로는 기업과 산업이 모인 생태계, 즉 클러스터 사이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 경쟁에서 이기려면 지금처럼 어느 한 기업만 두각을 나타내서는 안된다. 산학연과 기업 등 클러스터의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루고, 고부가가치 기술과 제품을 끊임없이 선보여야 한다.

홍릉 강소특구는 다가올 클러스터 사이의 경쟁을 차근차근 준비한다. 의료 바이오, 헬스케어 외에도 다양한 기업이나 전문가들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해 동반 성장하는 구조를 2022년 안에 만들 예정이다.

홍릉 H 클럽 출범식. 출처 = 홍릉 강소특구


물론, 원래의 설립 목적인 메디클러스터로의 발전 방안도 충실하게 꾸몄다. 서울시는 홍릉과 연계해 창동, 상계에 바이오 특화 스케일업(스타트업의 고민이나 문제를 해결해 한 단계 발전하도록 돕는 작업)클러스터를 마련한다.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통한 세계 시장 진출, 그리고 홍릉 성공 사례를 꾸준히 만들기 위해서다.

최치호 단장은 “홍릉 강소특구는 인재(Talented), 기술(Technology), 문화(Tolerance) 등 3T를 모두 가진 이상적인 클러스터다. 지난해 만든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 선순환 구조로 K 바이오 헬스케어의 성공 모델을 만들겠다.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둬 메디클러스터의 모범 사례로 인정 받겠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