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동아일보DB
카카오의 택시플랫폼 ‘카카오T’를 중개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하는 택시기사들이 이동거리나 시간대에 따라 손님을 골라태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가 자사 가맹 택시에 손님을 몰아준다는 의혹도 일부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7만2000여 대의 서울 택시 중 90%는 카카오T 앱을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11월 두 달 간 고객으로 가장해 기업의 직원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미스터리쇼퍼’ 방식을 통해 실태를 조사했다. 시 관계자는 “이동거리애 따라 택시 호출 성공률이 크게 차이난다는 시민 불편이 지속적으로 들어와 조사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기간 동안 카카오T를 통해 호출한 택시는 841대로, △장거리(10km 이상)·단거리(3km 이내) △평일·주말 △도심·비도심 △아침·저녁·밤 시간대로 구분해 표본을 확보했다.
조사 결과 택시의 목적지에 따라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태우고 있다는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 특히 평일 밤시간대에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통행의 호출 성공률은 23%로 가장 낮았다. 같은 조건에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엔 호출 성공률이 54%로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택시업계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카카오택시의 자사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에 성공한 경우 중 약 39%는 가맹택시(카카오T블루)가 배차됐다. 특히 주말, 단거리, 아침 시간대 가맹택시가 배차된 비율이 높았다. 다만 카카오T의 정확한 배차 알고리즘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콜 몰아주기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먼저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를 조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실태조사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에는 가맹·중개택시 인·허가 등 관리 권한을 시도지사에 위임해줄 것을 건의할 방침이다. 또 가맹·중개 택시 사업 분리, 목적지 미표기 등 제도개선도 요청할 계획이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