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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러 제재에 中 웃는다…“경제적-외교적 이득볼 것”

입력 | 2022-02-23 14:01: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쟁지역인 돈바스에 군 병력을 파병하고 이에 대해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제재를 가한 상황에서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을 옥죄던 미국의 시선이 러시아로 향하게 됐고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는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중국은 러시아 지지를 표방하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반대하는 등 애매한 태도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중-러 경제협력에 미치는 영향은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중국이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충격을 간접적으로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제재가 강력할수록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는 높아지게 된다. 경제적, 외교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곳은 중국”이라고 했다.

중국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까지만 해도 러시아에 대한 전폭적 지지 의사를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4일 개회식 직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양국의 우정에 한계는 없다”며 친밀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나면서 중국의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9일 “각국의 주권 독립 영토보전은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으로 우크라이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입장을 보였다.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지역인 돈바스 지역(도네츠크, 루한스크)의 독립을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들 지역에 러시아 군대를 파견해 러시아 정부가 ‘평화유지 활동’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AP 뉴시스

중-러 경제협력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중-러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더 많은 천연가스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 중단이라는 제재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서는 싼값에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사들일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러시아의 천연가스나 유전지대를 통째로 살 수도 있다. 중국은 18일 러시아로부터 석탄도 대량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나 키리예바 모스크바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SCMP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해 천연가스 수출 제재 외에도 첨단 기술 제재도 더해질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각종 기술 협력도 더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2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도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렛대로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면서 “경제적, 외교적으로 중국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