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국화이자제약이 수입품목으로 허가 신청한 5~11세용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0.1㎎/㎖’(5-11세용)를 품목 허가한다고 23일 밝히자 비판 여론이 거세다. 아이들에게 맞추기 불안하다는 반응부터 오미크론 정점에 다다른 현재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허가한 것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다.
식약처는 이날 만 5~11세의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텍이 공동 개발하고 한국화이자제약이 수입하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품목 허가했다.
5~11세 어린이에게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며, 중증의 면역 저하 어린이의 경우 2차 접종 후 4주 후에 3차 접종할 수 있다.
다만 여론은 부정적이다. 부스터샷(추가접종)까지 접종했음에도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청소년 백신 접종 부작용 사례가 나오면서 학부모들은 어린 자녀에게 코로나 백신을 접종시키는데 거부감이 커졌다.
이에 국민들은 ‘아이들은 절대 접종시키지 않겠다’ , ‘3차까지 맞아도 확진되는데 애들까지 맞혀야 되느냐’, ‘감기로 보겠다면서 아이들까지 접종시켜야 하나’ 등의 입장을 보이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접종시기와 관련해 회의감을 보이고 있다. 백신 품목 허가는 정책 결정 수순으로 볼 수 있으나, 현재 유행시기와 관련해서는 효과가 의문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대목동병원 천은미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지금 어떤 목적을 갖고 허가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우선 백신은 지금처럼 확진자가 폭증할때는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백신은 접종 뒤 항체가 생기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미 오미크론 돌파 감염은 시작된지 오래”라며 “아이들의 경우 확진 판정을 받아도 대부분 경증이고 무증상이기 때문에 중증을 예방하려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최근 청소년의 경우에도 나타났듯이 부작용 우려도 있다. 성장하는 아이들의 경우 장기 부작용은 아직 모른다”며 “개인적으로 오미크론이 유행하는 지금 시기에 중증예방효과가 필요 없는 소아에게 백신 접종이 필요한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어린이 확진자가 계속해서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결국 접종해야 하는 아이들 중 일부는 이미 감염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접종 전에 아이들의 감염 여부와 감염 가능성 여부, 접종기관 내에 섞이며 코로나가 전파될 가능성 등을 관리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0시 기준 신규확진자(9만9573명) 중 0∼9세 확진자 비율은 15.41%(1만5341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19세도 14.10%(1만4040명)였다.
엄 교수는 “이렇게 되면 접종을 거부하는 것을 설득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접종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접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3차 간격으로 2번 접종을 해야 접종이 완료되는데, 그 시기가 되면 이미 유행이 마무리됐을 가능성이 크다. 오미크론 확산 전에 접종을 했다면 모를까 지금 시기에 접종해서 중증도 예방 등을 기대하고 따지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다만 가천대길병원 정재훈 예방의학과 교수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해외접종 데이터가 나와 있는 상태”라며 “소아 중에서도 천식이나 소아당뇨 등 중증위험으로 갈 수 있는 고위험군은 분명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접종하는 것이)이득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어린이의 코로나19 예방 및 중증으로 악화를 방지할 수 있는 첫 백신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첨단제품허가담당관 김남수 과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식약처는 작년 12월부터 사전검토 절차를 거쳐 임상절차와 품질 등을 검토해왔다”며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화이자제약에서 지난 4일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허가신청 이후 워킹데이(근무일) 기준으로는 14일 만에 허가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