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2022.02.04 © 뉴스1
중남미 대표 반미 국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23일 국영TV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평화 수호 및 조국과 국민을 방어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 독립 인정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은 비단 최근만이 아니라 푸틴 정권 초기부터 러시아를 에워싸고 위협하며 군사적으로 끝장낼 전략적 정책을 강구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전날 연설을 통해 “돈바스에서 크림반도 때 실시했던 국민투표를 하면 국민들은 러시아 영토로 합병되는 데 표를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발언,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의 도네츠크·루한스크 독립 인정 결정 이후 세계 최초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과는 중남미의 대표적인 반미 국가로, 미국 및 동맹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지칭하는 상황이다.
마두로 대통령이 언급한 쿠바 등 반미 국가에서 추가 지지 표명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중국의 입장은 다소 애매하다. 베이징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노골적인 러시아 편들기를 해오던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지난 주말 뮌헨안보회의에서 “모든 국가의 주권과 독립 및 영토 보전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입장을 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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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이 예고했던 제재 패키지를 쏟아내고 오는 24일 예정했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마저 전격 취소되자, 푸틴 대통령은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당장 진입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서방은 예고했던 대러 제재 중 국제은행간거래시스템 스위프트 차단 등 보다 강력한 카드를 남겨둔 상황이다. 서방의 관심은 러시아군이 도네츠크·루한스크내 반군 통제 지역을 넘어 활동 범위를 넓히거나, 보다 광범위한 침공을 강행할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서 아직까지 반군이 장악한 지역은 전체 3분의 1에 그친다.
러시아로서는 추가 침공 카드를, 서방은 추가 제재 카드를 든 상태에서 치열한 외교전이 남은 셈이다.
러시아는 일단 동유럽내 과거 소비에트 연방 소속 또는 소련 위성국가들에 배치된 나토 미사일과 병력을 철수하라고 밝혔는데, 각국의 주권을 무시하고 서방이 수용할 수는 없는 조건이다. 이 때문에 서방과 러시아가 서로 얼마만큼 요구하고 또 양보하면서 협상을 이어갈지, 진짜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