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국내석유 수급 및 비축현황, 방출계획 등을 점검하기 위해 한국석유공사 울산지사 석유비축기지를 방문, 현장을 시찰하며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2.2.23/뉴스1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드리운 전운에 우리나라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경기불황에 더해 이번 사태가 물가상승을 동반한 경기위축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실제 ‘국제유가 급등’, ‘원자재가 상승’, ‘롤러코스터 증시’ 등 높아지는 우크라발 전쟁 위기감에 따른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사태를 주시하면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책에 분주하다.
23일 정부 등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 간 전쟁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상황에 기민한 대응을 위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외교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석하는 비상대응 TF 회의를 매일 열고, 일일 상황을 점검한다.
정부는 현재까지 대통령 주재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두 차례 개최해 우크라 사태 관련 동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또 후속조치로 수출·에너지·공급망·곡물 등 부문별 점검체계가 가동 중인데, 이날부터는 관련 전 분야의 상황에 대한 일일 상황점검체계를 운영하고 지원 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전쟁 위기 고조에 따른 이상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크라 위기 고조로 국제유가는 22일(현지시간) 브렌트유가 장중 99.50달러까지 치솟았다. 유가가 배럴당 100 달러를 돌파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전국 대비 단가가 높은 서울지역의 휘발유 가격은 이미 리터당 평균 1800선을 돌파했다.
특히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 당시 수준에 근접했다.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 첫날(2021년 11월12일) 리터당 1814.01원이었다. 이날(23일) 가격은 1807.08원으로 차이는 6.93원에 불과했다. 서울 강남지역이나 여의도 국회 앞 등의 주유소에선 휘발유 가격이 이미 2000원을 넘은 곳도 있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2012년 이후 10년 만에 리터당 2000원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오일 쇼크’ 우려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후 울산 석유비축기지를 찾아 국내 석유 수급 비축 현황과 비상상황에 대비한 방출계획 등을 살폈다.
비상상황에는 대비하되 ‘경제는 심리’라는 점을 의식한 듯 성급한 위기론은 경계했다.
국제 유가 등에 더해 니켈 가격이 10년래 최고를 기록하는 등 각종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밀 등 농산품 가격도 연일 급등세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밀산지이자 옥수수, 해바라기씨 등 여러 농작물의 주산지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밝힌 지난달 세계 식량 가격지수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최고치인 135.7포인트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이날 오전 ‘국제곡물 수급대책위원회’를 열어 곡물 분야 영향을 점검하고, 국내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농식품부를 주축으로 기재부, 해수부, 제분·사료·전분당 제조업계 및 협회, 수출입은행 , 농촌경제연구원 및 전문가 등으로 구성했다.
위원회는 우크라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면서 국내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논의하고, 적기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제곡물 가격 상승 시 업계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사료·식품 원료구매자금 금리 인하 및 지원규모 확대 방안, 수급 불안에 대비한 사료곡물 대체 가능 원료 할당 물량 증량 등의 대책 논의가 이뤄졌다.
전쟁 위기감에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국내 증시는 양국 간 전면전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경우 코스피지수가 25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날 펴낸 보고서를 보면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에 따른 최상(best)·기본(base)·최악(worst) 3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국내 증시 영향을 분석, 시나리오별 발생 가능성은 3:6:1로 제시했다.
‘최악’의 상황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을 넘어 주요 선진국을 위시한 나토가 참전할 경우 코스피지수는 2500선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글로벌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불거지면서 국내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는 의미다.
다만 아직까지 이번 사태가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이날 박진규 제1차관 주재로 ‘제20차 산업자원안보 태스크포스(TF)’를 개최하고, 우크라 관련 국제정세를 반도체·자동차를 비롯한 업종별 협회와 유관기관 등과 공유한 자리에서 “현재까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공급망 문제와 관련서는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는 품목의 재고 확대 등 자체적 대응을 노력 중”이며 “현재까지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와 공급망분석센터에 접수된 수급차질 동향은 없다”고 확인했다.
이어 “에너지 수급·가격 또한 일일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 중”이라며 “충분한 물량 확보로 단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