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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보고관 “韓 ‘北인권결의 공동제안 불참’은 北에 잘못된 메시지”

입력 | 2022-02-23 18:09:00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2022.2.23/뉴스1 © News1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우리 정부의 거듭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불참에 대해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재차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킨타나 보고관은 23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방한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6일 우리 외교·통일부 당국자들과의 면담 내용을 소개하며 “(한국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는 건 일보 후퇴”라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 정부는 2019년부터 남북관계 등을 이유로 매년 유엔 차원의 북한인권결의안 발의에 불참하고 결의안 채택 때만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킨타나 보고관은 우리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건 “예상치 못한 결정이었다”며 “북한 인권상황에 관한 유엔의 컨센서스(전원동의) 접근법과는 일관되지 않은 기조였다”고 지적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2.23/뉴스1 © News1

킨타나 보고관은 우리나라의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도 “국회 차원에서 재고해줄 것을 한국 정부에 제안했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이 단 1건이라도 적용되기 전에 국회 차원에서 머리를 모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경우를 제3자의 안전 침해, 국가 안전 문제 발생 등에 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북전단금지법’엔 국제인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법 위반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부과 조항을 거론했다.

다만 킨타나 보고관은 ‘대북전단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엔 “‘표현의 자유’엔 (북한) 당국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내용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장(북한)에서 정확히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킨타나 보고관은 이날 회견에서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이 매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하는 공식 통계상으론 주민들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여전히 ‘0명’이다.

그러나 북한엔 현재 WHO 등 국제기구 직원이 상주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킨타나 보고관은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조치의 일환으로 국경과 국내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출입국을 시도하는 이들을 총살하는 방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그는 “어느 국가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킨타나 보고관이 언급한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란 백신 접종 등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WHO 통계상 전 세계에서 여태껏 주민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나라는 북한과 동아프리카의 에리트리아 등 2곳뿐이다.

이와 관련 킨타나 보고관은 이날 회견에서 북한 주민 모두가 최소 2회 접종할 수 있는 6000만회 분량의 코로나19 백신을 북한에 지원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 전체인구는 현재 26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킨타나 보고관은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원은 “북한이 국경을 개방하고 국제공동체와 교류를 재개하며 고립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내달 열리는 제49차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보고서 작성에 앞서 자료 수집을 위해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우리나라를 방문해 정부 당국자와 여야 국회의원, 납북자 가족 및 관련 단체 인사, 국군포로 생존자 등을 만났다.

또 그는 지난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친형 래진씨를 면담하고 강원도 철원군의 남북한 접경지도 다녀갔다.

킨타나 보고관의 방한은 2016년 8월 취임 이후 이번이 7번째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임기가 6년임을 고려할 때 그의 이번 방한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