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환자 이송하는 소방 구급대원들. 사진 뉴스1
전남 나주에 사는 20대 이주여성 A 씨는 23일 아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은 A 씨의 출산 예정일이었다.
오전 11시경 A 씨는 평소 다니던 병원에 문의했지만 “진료할 수 없다”는 답을 듣고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구급대원들은 A 씨를 구급차에 태운 후 이동하며 광주지역 대학·종합병원에 전화를 돌렸다. 그런데 모두 “병상이 없다”고 했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가 나선 끝에 오후 4시 전남대병원 병상 1개를 어렵게 확보했다. 하지만 이송 중 다른 임산부가 이 병상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방본부는 다시 병원을 수소문해 조선대병원에서 병상 1개를 가까스로 확보했고, 오후 4시 40분에야 A 씨를 입원시켰다. 전남도 관계자는 “출산예정일에 확진돼 병상을 확보하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
● 병원 찾아 헤매는 119구급대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일선 소방서 대응 역량도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병원들이 코로나19 확진자 입원을 거부하는 탓에 구급대와 응급환자가 몇 시간 씩 길에서 헤매는 일이 다반사다.
20일 자가검사키트로 양성 판정을 받은 윤지은 씨(29)는 생후 27일 딸이 고열 증상을 보이자 119를 불렀다. 구급대원들은 영아를 태운 후 인근 병원 수십 곳에 전화를 돌렸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구급대원들이 건 전화만 약 40통. 결국 1시간 40분 동안 길에서 헤맨 끝에야 간신히 입원시켰다. 윤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영유아에 대한 대책이나 의료 체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솔직히 나라가 원망스러웠다”고 했다.
병원들이 코로나19 확진자 분만을 거부해 구급대원들이 출산을 돕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14일 광주 광산소방서에는 코로나19에 확진된 외국인 산모 B 씨가 진통을 느낀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확진자라는 이유로 받아주는 병원이 나타나지 않아 구급대원들은 구급차 안에서 분만을 유도했다. 다행히 B 씨는 건강한 남아를 출산했다. 15일 경북 구미에 사는 이주여성 임신부 D 씨(32)도 병원들이 분만을 거부해 구급차를 타고 보건소가 마련한 임시 분만실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 재택치료 상담 전화도 급증
보건소나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 등에 전화 연결이 잘 안 되다 보니 답답한 재택치료자가 119에 전화해 상담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이 때문에 화재나 구조 등 본연의 응급업무 대응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인천소방본부 집계에 따르면 이달 10일부터 22일까지 재택치료 상담 1713건이 119로 접수됐다. 코로나19 관련 상담 전화의 경우 소요시간도 긴 편이라 상황실 근무자에게 적잖은 부담이 된다고 한다. 광주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재택치료 상담 건수는 지난해 12월 394건에 불과했으나 올 2월에는 15일까지 850건이나 접수됐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전주=박영민 기자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