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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 “김만배와 일면식 없고 통화도 안해” 부인

입력 | 2022-02-23 20:40:00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관련 녹취록 속에 등장하는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2.2.23/뉴스1 © News1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그분’으로 지목돼 논란의 중심에 선 조재연 대법관(66·사법연수원 12기)이 23일 기자회견에 나섰다. 최근 잇따른 언론 보도에 “사실 무근”이라고 대응해왔지만 정치권이 ‘의혹에 신빙성이 있다’며 대법원에 진상조사를 요구하자 직접 해명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공개적으로 조 대법관의 실명을 언급한 게 기자회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후보는 21일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게 지금 확인이 돼 보도되고 있다”며 본인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 후보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의혹 수사 초반부터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그분’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조 대법관은 이 후보의 TV토론회 발언을 언급하고는 “제 기억으로 일찍이 유례가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간 녹취록을 통해 보도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 조 대법관 “김만배와 일면식, 일통화도 없었다”


조 대법관은 “저는 김만배 씨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단 한 번도 만난 일이 없고 일면식도, 통화한 적도 없다”며 “김만배 씨뿐만 아니라 대장동 사건에 관련돼있다는 그 어느 누구와도 일면식, 일통화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와 성균관대 동문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합리적인 의심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도 했다.

조 대법관은 김 씨가 자신의 딸에게 주거지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저는 30년 가까이 현재 살고 있는 주거지에서 계속 거주해왔고, 제 딸들은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면서 “첫째 딸은 2016년 결혼해 분가해서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고, 둘째 딸은 작년에 결혼해 분가해서 (경기 용인시) 죽전에 살고 있다. 막내딸은 저와 함께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 가족이나 제 친인척 중에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없다”고도 했다. 조 대법관은 서울 서초구에서 30년가량 산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법관은 녹취록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언론보도가 사실 확인을 거친 것인지를 되물었다. 조 대법관은 “저는 녹취록을 본 적이 없어서 제 이름이 명백히 기재돼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녹취록에 ‘그분’이란 말이 나오는데 그 위에 누군가가 ‘조재연?’을 가필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 기억에 대장동 사건이 검찰에 접수된 것이 반년 가까이 되는데 그 사이에 제가 검찰로부터 단 한 번의 연락, 단 한 번의 문의나 조사 요청도 받은 일이 없다”며 “검찰이 볼 때 필요하다면 즉시 저를 불러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조 대법관은 “주민등록등본 제출 등 필요한 자료 제출은 대법원이든 검찰이든 기자단이든 어느 기관에서든 요청하면 즉시 공개하겠다.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 전직 대법관 “법원행정처장이 재판에 영향 못 끼쳐”


일각에서는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이던 조 대법관이 2020년 7월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행정처장이 재판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더라도 대법관 회의를 주재하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전직 대법관은 23일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행정처장은 사법부 행정을 총괄할 뿐 재판 업무에 개입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대법원 규칙을 개정하거나 신임 판사를 뽑을 때는 행정처장이 대법관 회의를 주재하지만, 재판과 관련한 업무에서는 철저히 배제된다는 것이다. 전직 대법관은 “행정처장이 대법원 재판과 관련해 묻는 일도 없고, 혹시 묻는다고 해도 최고법원의 재판을 맡은 해당 대법관이 자신의 사건에 대해 소상히 답해주거나 행정처장의 의견을 반영해주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행정처장은 판사 인사를 포함해 행정처에 속한 기획조정실, 사법지원실, 사법등기국, 전산정보관리국 등에서 관장하는 예산, 시설관리, 재판제도 개선, 등기 등의 업무를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결재한다”며 “처리해야할 행정 업무가 너무 많아 물리적으로도 재판에 신경쓸 수 없다”고 말했다.

조 대법관은 1982년부터 1993년까지 11년간 법관으로 재직한 후 24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첫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대법관 임명 후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한 뒤 최근 재판 업무에 복귀했다. 대법관 임기는 6년으로 조 대법관의 임기는 2023년 7월까지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