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본부장이 앞서 밝힌 ‘합당 제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본부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2월 초 안철수 대선 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로부터 합당 제안을 받았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2022.2.23/뉴스1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간 야권 단일화가 원점으로 돌아간 뒤 양측 간 벌여온 신경전이 23일 급기야 그간의 물밑 협상 제안에 대한 폭로전으로 번졌다. 3·9대선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서로간의 불신을 드러내는 폭로와 비방이 오가면서 막판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이태규 “이준석, 安 사퇴 전제로 공천 제안”
양측의 막장 폭로전은 이날 오전 안 후보 측에 ‘배신자’가 있었다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주장으로 시작됐다. 이 대표는 라디오에서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 측에 ‘안철수를 (대선을) 접게 만들겠다’는 등의 제안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 대표가) 안 후보가 후보직을 깔끔하게 사퇴한 뒤 이를 전제로 합당하면 선거 뒤 당 최고위원회와 조직강화특위, 공천심사위원회 등에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안 후보가 11일 국민의힘 열정열차의 도착지인 여수에서 함께 내리며 단일화를 선언하는 이벤트까지 제안 받았다고 폭로했다.
또 이 대표가 “총리직을 노리는 중진이 많아 공동정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안 후보에 대해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나 6월 지방선거에서의 부산시장 공천을 조율했다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제가 이해하기로는 단일화 관련해서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소통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간 이 대표가 당내 단일화 요구를 ‘거간꾼’이라며 몰아붙였지만 뒤에서는 윤 후보 몰래 ‘단독플레이’를 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안 후보도 울산에서 열린 지역기자 간담회에서 이 대표의 ‘내부 배신자’ 주장에 “그럼 말하면 될 것 아니냐. 터트리시라”며 맞불을 놨다. 또 윤 후보를 겨냥해 “서로 정치를 함께하는 파트너로 대우한 게 아니라 아주 적대시하는 태도였다”고 맹공했다.
● 이준석 “당 대표 권한 사안만 얘기”, 당내 책임론도
이 대표는 “안 후보 측 모 인사가 ’안 후보가 사퇴 의사가 있다’고 알려와 이 본부장과 만났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야권 단일화 문제에 대해선 “윤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며 이 본부장과 나눈 얘기는 대표로서 권한이 있는 영역에 국한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 후보가 사퇴한다면 공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제가 할 수가 없는 말”이라며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단일화 문턱이 더 높아진 것에 대해 ‘이준석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줄곧 안 후보를 조롱해온 데다 이율배반적으로 행동한 것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평소 이 대표를 치켜세웠던 홍준표 의원도 자신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꿈’에 “(조롱이) 좀 심한 거 같지요?”라는 글을 남겼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을 2주 앞두고 양측 고위 인사들끼리 막장 폭로전이 벌어지고 있는 양태가 대단히 안타깝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서 자신의 통합정부 구상에 대해 “꼭 안 후보여서가 아니라 분열의 정치를 하지 않는 모든 정치세력은 함께 하자, 그러니까 (안 후보에 대한) 러브콜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