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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해진 단일화…대선 2주 앞 李·국민의당 막장 폭로전

입력 | 2022-02-23 20:46:00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본부장이 앞서 밝힌 ‘합당 제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본부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2월 초 안철수 대선 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로부터 합당 제안을 받았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2022.2.23/뉴스1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간 야권 단일화가 원점으로 돌아간 뒤 양측 간 벌여온 신경전이 23일 급기야 그간의 물밑 협상 제안에 대한 폭로전으로 번졌다. 3·9대선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서로간의 불신을 드러내는 폭로와 비방이 오가면서 막판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이태규 “이준석, 安 사퇴 전제로 공천 제안”


양측의 막장 폭로전은 이날 오전 안 후보 측에 ‘배신자’가 있었다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주장으로 시작됐다. 이 대표는 라디오에서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 측에 ‘안철수를 (대선을) 접게 만들겠다’는 등의 제안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오후 긴급 기자회견 열어 “이 대표가 ‘배신자’ 프레임까지 갖다가 내부 이간계를 쓴다. 즉시 누군지 밝혀라”라고 말했다. 또 이달 초 이 대표를 비공개로 만난 사실과 이 자리에서 합당 제안을 받은 사실을 폭로했다.

이 본부장은 “(이 대표가) 안 후보가 후보직을 깔끔하게 사퇴한 뒤 이를 전제로 합당하면 선거 뒤 당 최고위원회와 조직강화특위, 공천심사위원회 등에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안 후보가 11일 국민의힘 열정열차의 도착지인 여수에서 함께 내리며 단일화를 선언하는 이벤트까지 제안 받았다고 폭로했다.

또 이 대표가 “총리직을 노리는 중진이 많아 공동정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안 후보에 대해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나 6월 지방선거에서의 부산시장 공천을 조율했다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제가 이해하기로는 단일화 관련해서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소통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간 이 대표가 당내 단일화 요구를 ‘거간꾼’이라며 몰아붙였지만 뒤에서는 윤 후보 몰래 ‘단독플레이’를 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안 후보도 울산에서 열린 지역기자 간담회에서 이 대표의 ‘내부 배신자’ 주장에 “그럼 말하면 될 것 아니냐. 터트리시라”며 맞불을 놨다. 또 윤 후보를 겨냥해 “서로 정치를 함께하는 파트너로 대우한 게 아니라 아주 적대시하는 태도였다”고 맹공했다.


● 이준석 “당 대표 권한 사안만 얘기”, 당내 책임론도


이 대표도 이날 오후 6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로서 제안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며 이 본부장의 주장이 맞대응했다.

이 대표는 “안 후보 측 모 인사가 ’안 후보가 사퇴 의사가 있다’고 알려와 이 본부장과 만났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야권 단일화 문제에 대해선 “윤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며 이 본부장과 나눈 얘기는 대표로서 권한이 있는 영역에 국한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 후보가 사퇴한다면 공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제가 할 수가 없는 말”이라며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단일화 문턱이 더 높아진 것에 대해 ‘이준석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줄곧 안 후보를 조롱해온 데다 이율배반적으로 행동한 것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평소 이 대표를 치켜세웠던 홍준표 의원도 자신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꿈’에 “(조롱이) 좀 심한 거 같지요?”라는 글을 남겼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을 2주 앞두고 양측 고위 인사들끼리 막장 폭로전이 벌어지고 있는 양태가 대단히 안타깝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서 자신의 통합정부 구상에 대해 “꼭 안 후보여서가 아니라 분열의 정치를 하지 않는 모든 정치세력은 함께 하자, 그러니까 (안 후보에 대한) 러브콜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